-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지난 설연휴 중에 청계산을 올랐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로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 스마트폰을 건네며 사진 찍어 줄 것을 부탁했다. 단체 사진은 마스크를 쓴 채로 찍고 나서, 독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니 좋아하며 자세를 잡았다. 3~4미터 거리도 있고 혼자이니 마스크를 거두라 하고 찍으려니 표정이 너무 어색했다. ‘하나, 둘, 셋’ 하고 찍으면 더 굳어질 것이 뻔했다. 그래서,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 , 다섯, 여섯, 일곱, 여덟..”이라고 하니 주변에서 막 웃고 당사자도 웃었다. 그 때 셔터를 눌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면 딱딱하게 굳는 것이 일상화돼 있는 것 같다. 밝고 환했던 표정조차도 카메라만 갖다대면 차려 자세로 표정이 굳는다. 일종의 무대공포증과 같다. ‘김치, 치즈, 웃으세요’라고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나마 사진사가 위트와 재치가 있으면 좀 나은 편이다. 평소의 표정으로, 좀더 웃는 모습으로,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모습으로 사진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19로 인해 웃을 일도 없을뿐아니라 2명 이상이 같이 서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얼굴이 남지 않는 기괴한 사진을 너무 남기기도 했다. 결혼식 축하 사진, 졸업 축하 사진, 크고 작은 시작과 종료 기념 사진 등…. 그러나 언젠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같이 서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자연스럽고 밝은 표정을 지을 분위기를 만들어주자. 유머를 만드는 이치중에 상대가 긴장할 때 의외의 일이 주어지면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으로 ‘쓱’ 찍어 보자.
“자. 찍습니다. 하나, (찰칵), 찍었습니다.” 준비하는 상황에서 하나만 세고 찍어버린다. 그러면 당황하며 한 마디씩 한다. 그러면 다시 찍겠다고 한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넷, ……. 다섯, 여섯”으로 넘어가면 모두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씩 건넨다.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쓱’ 찍는다. 그리고, “웃으세요.”하고 한 번 더 찍는다.
대학생 때 카메라로 사진을 즐겨 찍었을 때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셋’이라고 하기 전이나 지나쳤을 때 나타나는 긴장을 해제하는 자연스러움이 나온다. 그 때 누른 셔터의 사진은 웃으며 밝은 표정이다. 가끔씩은 열두번, 열세번까지 센 적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부탁받은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돌려주며, “잘 됐지요? 자연스럽게”라고 하면 얼른 확인을 하며 한결같이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같이 있는 친구들과 뭐라고 주고받으며 웃는 웃음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내려오는 산길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서울, 부산시장 선거가 눈앞에 와있다. 약간 뜬금없는 말같지만 유권자들에게, 시민들에게 웃음과 여유를 선물해 줄 후보자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국민들은 여러모로 피폐해졌다. 웃음을 만들 줄 아는 여유를 가진 후보자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가한 소리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문득 영국 처칠 수상의 유머와 재치의 지혜가 떠오른다.
처칠이 연설을 위해 연단 위에 오르려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이 모습을 본 청중들이 웃었다. 본인은 얼마나 머쓱했겠는가? 자칫 무엇인가 부족한 사람으로 해석이 될 뻔도 한 상황이다. 몸을 추스리고 연단에 선 처칠 수상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제가 넘어져 국민이 즐겁게 웃을 수 있다면, 다시 한번 넘어지겠습니다!”
얼마나 재치와 여유와 유머가 있는 모습인가? 국민에게 웃음을 주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넘어질 수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2차세계대전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비장미까지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정치판을 말했지만 실제는 우리 모두가 유머와 웃음에 약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부터 이런 작은 말 한마디로 웃음을 선물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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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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