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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모에게 적용한 혐의는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다. 초동 대처 미흡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경찰과 다를 바 없는 결론이었다. 서울남부지검 앞은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근조 화환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적용 죄목 두고 고심 중인 검찰


수사는 서울남부지검 여성ㆍ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가 맡고 있다. 수사팀은 "장씨가 강한 충격을 가해 입양아인 정인양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장씨의 장기간 학대로 정인양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미필적 고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고의성 여부와 상관없이 사망이 발생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유죄를 이끌어내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살인의 고의 여부는객관적 규명이 어려워 법정에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입증 여부는 검찰의 수사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6월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ㆍ강력범죄전담부는 9살 아들을 여행가방 속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바 있다. 경찰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살인 혐의로 그를 법정에 세웠다. 해당 계모는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수사팀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데 따른 비난 여론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수사팀은 이를 위해 지난달 전문 부검의에게 이 사건 재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감정 결과에 따라 살인 혐의를 적용한 별도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장씨에게 살인 혐의가 적용되면 형량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만 징역 10~16년이다.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사형까지도 가능하다. 반면 아동학대치사죄는 징역 6~10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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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바람 타고 도착한 수천통의 진정서


10일 현재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온라인 카페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정인이를 위해 진정서를 썼다는 ‘인증’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아이를 가진 부모로, 정인이 사건을 본 뒤 정인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진정서를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앞으로 보내고 있다. 이번 주에만 수천통의 진정서가 법원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인이 사건이 방송을 통해 재조명된 이후 아동 단체와 시민들은 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온라인에서 진정서 작성 방법과 제출 시기 등이 담긴 '정인이 진정서 작성 방법'을 공유하며 1차 공판기일 전까지 재판부에 진정서를 보내 줄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정작 진정서나 탄원서는 민원성 서류인 탓에 명시된 법적 효력이 없다. 따라서 법리 해석이나 유무죄 여부 등 법률적 판단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진정서가 양형에 중요한 참고자료는 될 수 있다. 진정서가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만큼 재판부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무죄를 판단하기 전까지 진정서를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재판부는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증거를 다 보고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 전까지는 진정서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인이 사건 진정서 접수 건수가 직원이 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하기 어려운 정도에 달했다"며 "이제부터 전산 입력은 하지 않고 기록에 바로 편철해 별책으로 분류·관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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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기관부터 경찰까지 총체적 부실…끝까지 외면 받았던 정인이


정인이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해 5월25일.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의료진 등이 허벅지 양쪽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하면서다.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는 이튿날 정인이 집을 방문햇지만, 멍 자국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면서도 아동 양육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하고 반응하도록 안내만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신고로 서울 양천경찰서도 사건을 인지했지만, 같은 해 6월10일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경찰이 멍든 것과 몽고반점, 아토피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29일에 2차 신고가 접수됐다. 양부모 지인이 '양모가 정인이를 차 안에 30분가량 혼자 둔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2차 신고 날 정인이, 양모, 양부 등을 만나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홀트도 지난해 7월2일 정인이네를 재방문해 양모를 만났다. 한 달 반가량을 수사한 경찰의 결론은 불기소 의견이었다. 정인이를 진료한 원장이 '쇄골 골절을 학대 증거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학대 의심 마지막 신고는 지난해 9월23일 낮 12시에 접수됐다. 오랜만에 등원한 정인이가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였고, 체중이 1㎏ 정도 줄어든 것을 본 어린이집 교사들이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이후 상태를 확인한 소아청소년과 원장의 신고는 정인이를 살릴 마지막 기회였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팀이 분리 조치를 위해 방문 조사에 나섰지만, 결국 양모가 자주 방문하던 병원에서 구내염 진료를 받고 오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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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인이는 그 다음 달인 10월13일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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