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기업 호소에만 귀 닫았다
사업주 처벌·손배책임 등 유지
공무원·소상공인 규제는 완화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여야가 각계 각층의 입장을 고려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수정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만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기업의 입장을 고려했다고 생색을 내면서 처벌 조항 일부를 완화했지만 그간 경제계가 꾸준히 주장해 온 사업주 처벌 제외와 유예기간 확대, 손해배상 책임 범위 등이 전혀 받아 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가 8일 본회의 처리까지 예고하고 있어 경제계는 기업규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에 이은 또 하나의 폭탄을 맞게 됐다.
6일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중대재해법에서 공무원 처벌 특례규정은 직무유기와 중대재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삭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과관계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정부 의견을 반영한 조치다.
소상공인 처벌도 완화로 방향을 잡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근로자 5인 미만, 국민의힘은 원천 배제를 주장하고 있어 합의안에서 기준선은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재해법을 심사할 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민주당이 중대재해법 처벌대상에 학교와 학교장을 포함하기로 했던 안에 대한 논의는 보류됐다. 정부안에 학원만 포함돼 형평성 논란이 일자 범위를 학교로 확대하려고 했지만 이후 교원단체의 반발이 잇따르자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업에 대한 처벌 규정은 사실상 그대로 유지했다. 경제계서 가장 반발했던 징역형 관련 처벌 조항은 바뀌지 않았다. 대신 정부 협의안에 2년 이상 징역으로 돼 있던 조항을 1년 이상 징역으로 조금 완화한 정도였다. 대신 정부안에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로 규정됐던 벌금을 50억원 이하 벌금으로 되레 상한선을 높였다. 경제가 문제로 삼았던 징벌적 손해배상 규모도 정부 협의안인 '손해액 5배 이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경제계는 큰 틀에서 법안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법안 심사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이 하나도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처벌 대상에서 사업주 제외 ▲경영책임자 처벌 시 형벌 하한선 삭제 및 상해 처벌규정 삭제 ▲법인 처벌시 벌금 하한선 삭제 및 상한선 재검토 ▲손해배상 책임액 3배 이내 축소 ▲유예기간 확대 등을 제안했지만 여야 법안 심사 과정에서 반영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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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는 입법저지 총력전에 나섰다. 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이날 오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법 제정과 관련한 경제계의 최종 입장을 발표한다. 이들은 중대재해법과 관련 중대재해사고 예방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이 감당하기 매우 힘든 과잉 입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호소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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