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글로벌기업 생존전략①]
핵심 소부장 국산화 비율 낮아…여전히 日 등 해외 의존
디스플레이 등 공정장비 개발 경쟁 격화

'소부장' 경쟁력 제고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초격차 유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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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중추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초격차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갑자기 닥친 일본 수출 규제가 특정 국가 의존도가 지나친 우리 기업의 글로벌밸류체인(GVC)을 재정비하는 대전환의 계기로 작용했지만 여전히 핵심 소부장의 국산화 비율은 턱없이 낮고 해외 수입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특히 코로나19 발병과 함께 전 세계에 불어닥친 공급망의 지역 블록화 추세와 첨단 산업의 자국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우리 제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기술 속의 기술'로 통하는 소부장의 질적 도약에 달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정조준해 수출 규제를 가한 것은 우리 기업의 취약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 정부는 불산, 극자외선(EUV) 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등 단 3가지 소재로 한국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우리 산업에서 중요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 중 핵심 소재는 아직도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러한 약한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전체 소부장 산업 자립도는 여전히 열악한 편"이라며 "특히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자제 조달 수준은 2018년 기준 45%로 반도체(27%)에 이어 주요 업종 중 두 번째로 낮다"고 말했다.

올해 소부장 관련 정부 예산은 기술 개발(1조8884억원), 기반 구축(2813억원) 등을 포함해 총 2조5611억원으로 책정됐다. 국산화가 시급한 고부가가치 대(對)일본 100대 품목을 대세계 338개로 확대하고 연구개발(R&D) 등에 집중 지원한다. 지난해 예산은 2조725억원이었다. 임경섭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장비총괄과 사무관은 "소부장 강화를 위한 중소·중견기업의 R&D와 기술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양산 평가 등 다각도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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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소부장 중에서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상대적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소재와 부품 외에도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장비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격화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코로나19를 뚫고 반도체 장비 업계의 '슈퍼을'로 통하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EUV 장비 확보에 공을 들인 것이 장비의 중요성을 반영한 단적인 사례다.


권장혁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재료와 장비의 신기술 개발을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 초격차의 핵심으로 꼽았다. 권 교수는 "미국에 1년에 인광재료 로열티만 3000억~500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며 "로열티와 특허 등을 중심으로 재료 및 장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부리고 휘어지고 늘릴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트랜지스터, 배선 등 각종 장비 기술 개발에도 신경 써야 할 때라는 조언이다.

본지가 입수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장비 핵심요소 기술 분석을 통한 장비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장비 기업은 패널 기업과 공동 개발을 통해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으나 OLED 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여전히 일본(노광기·증착기·이온주입기)과 미국(박막봉지)이 보유하고 있다. 김성진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부장 분야에 대한 기술 자립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한 R&D 지원, 신뢰성 평가, 전문인력 양성 등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맞아 반도체 초격차의 관건이 초밀접 산업인 디스플레이에 달려 있다는 견해도 많다.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화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터치·센서뿐 아니라 자동차·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타 사업과 융합해 '산업의 눈' 역할을 하고 있다. 1960년대 브라운관을 시작으로 1990년대 LCD와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를 거쳐 플렉서블·롤러블·스트레처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몸값을 높여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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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은 "정보를 시각화하는 디스플레이는 기계, 인간을 상호 연결하는 문명의 핵심 기기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갈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면서 "우리나라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적용한 신제품이 새로운 수요 동력으로 작용하도록 모바일, TV 등 기존 시장뿐 아니라 언택트 문화 확산 대응을 위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 자동차, 건축, 스마트홈 등 새로운 시장에서의 수요를 창출하고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가 '패널'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점은 넘어야 할 과제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2004년부터 세계시장 점유율이 1위이나 후방 산업인 장비나 소재·부품은 4위권에 머물러 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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