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한국 등 요양시설, 교정시설서 집단감염 발생
해당 시설, 고령층 코로나19 고위험군 주로 거주
낙후된 시설·인력난 등 고질적 문제가 위기 키웠다는 지적
전문가 “사회적 돌봄 문제, 총체적 제고와 논의 필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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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요양병원·구치소 등 취약시설이 위기를 극대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설들은 이전부터 열악한 근무환경, 과밀화 등 문제로 인해 감염이 확산하기 쉬웠던 데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주거하는 경우가 많아 중환자·사망자가 폭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이번 집단감염 사태를 통해 그동안 소외돼 왔던 취약시설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3월12일, 국제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팬데믹은 감염병의 확진자 수 증가와 발병 국가 확산이 최고 경보단계에 이른 상황으로,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지난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역사상 세번째다.

이 가운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양원·구치소·교도소 등 요양시설과 교정시설이 방역망에 매우 큰 위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국, 유럽,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들 시설은 대형 집단감염 사례, 사망자 다수 발생 등 큰 고통을 겪었다.


유럽 내 코로나19 1차 확산이 시작됐던 지난 3월, 프랑스는 전체 사망자 3만여명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만4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요양시설에서 발생했다. 영국 또한 3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1만8562명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교정시설 또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교도소 내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파악하는 '마셜프로젝트'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 약 130만명 중 27만60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회복 18만6800여명)된 상황이다. 누적 사망자 수는 1738명에 이른다.


지난 7월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유나이티드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유나이티드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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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지난 10월 부산 북구 한 요양병원에서 5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견되는가 하면, 첫 확진자가 발견된 뒤 코호트 격리됐던 경기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은 지난 29일까지 40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가 하면 서울 동부구치소 같은 날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 넘게 쏟아지면서 누적 확진자가 762명까지 증가하는 등, 전국 확진자 수에도 큰 영향을 줄 만큼 집단감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요양시설·교정시설 등 취약시설에 대한 오랜 사회적 무관심이 이같은 위기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시설은 인력 부족·시설 낙후화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이전에도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 중 한 병실당 병상 14개가 넘는 시설은 401곳으로 파악됐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신축된 요양병원은 한 병실에 침대를 6개 이상 둘 수 없도록 돼 있지만, 기존에 지어진 오래된 시설은 해당 기준을 따를 의무가 없다.


또 현재 요양시설 중에는 운영인력 이탈·부족 문제로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특성상 요양시설은 간병인이 여러 명의 환자와 밀접 접촉하며 생활해야 하는데, 사실상 코로나19가 전파되기에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지난 25일 경기 남양주시 진전읍의 현대병원 코로나19 중환자 음압 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경기 남양주시 진전읍의 현대병원 코로나19 중환자 음압 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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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8일 서울 구로구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의료진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간병사와 간호사들이 그만 둔 상황에서 남은 간호사들도 감염되고 있다"며 "기존 간호 인력도 번아웃되어 나가 떨어지면 아무도 환자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 의료 인력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교정시설 또한 마찬가지다. 전국 단일시설 최대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의 경우, 적정 수용 정원이 2017명인데도 그보다 402명이 더 많은 2419명이 수용돼 있어 과밀화가 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취약시설에서 감염확산이 시작되면, 면회객이나 출퇴근하는 인력 등을 통해 이른바 'n차 감염'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 또 고령층 고위험군이 주로 머무는 해당 시설들 특성상 중환자와 사망자 수도 폭증해 지역 병상 수요를 잠식할 위험도 있다. 낙후된 사회기반시설이 방역망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월 광주 북구 한 요양원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광주 북구 한 요양원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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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이번 코로나19 집단감염 이전에도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은 항상 감염병에 취약한 상태였다면서, 노인 건강권에 대한 장기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6월 보건복지부 개최 '고령사회포럼'에서 "미국은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 EU 국가들은 약 2분의 1이 요양원에서 발생했다"며 "국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도 다인실이 압도적으로 많아 인구밀도가 높고, 한 간병인이 여러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코로나19에)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도 감염병 방역, 치료에 많은 지원이 집중될 것"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에 걸리든 걸리지 않든 앞으로 건강수명과 삶의 질 감소에 있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이들인 노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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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노인 건강권을 고려한 (취약시설에 대한) 총체적 제고가 필요하다"며 "코로나 이후 늘어날 사회적 돌봄 부담의 증가를 어떻게 예방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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