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는 왜 국회 본회의장서 책을 읽었나 [한승곤의 정치수첩]
추미애, 국회 본회의장서 검찰 비난 서적 읽어
언론에 '검찰 개혁' 당위성 강조 메시지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
野 "공수처 강행처리 반대하는 야당 필리버스터 무시"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법안 처리가 이어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제목의 책을 읽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책은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지난달 11일에 출간한 책으로 출판사 책 소개 글에 따르면 검사(이 변호사)가 검찰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뇌를 담았다.
그러나 책 내용과는 별도로 이날 추 장관의 행동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추 장관이 기자들이 자리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책을 꺼낸 이유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추 장관이 책을 읽을 때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이날 추 장관 행동은 야당 주장에 대응 성격도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치평론가 등 전문가는 정치인의 언행은 모두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추 장관은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10일 0시까지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며 '심야 독서'를 이어갔다. 특히 책을 읽던 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기도 했다.
이후 추 장관은 본회의가 끝나기 5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처지에 놓인 검사들은 국민을 배반할 것인가, 검찰을 배반할 것인가라는 진퇴양난에 빠진다…어쨌든, 검사들에게 국민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지 않으나 조직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다'라는 책의 구절을 올리기도 했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공수처, 더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던 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野 "국회 본회의장 도서관 아냐…'사진 정치' 의도"
추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찰 개혁 필요성을 담고 있는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를 둘러싼 비판도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인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본회의 날 추 장관이 이연주 변호사가 쓴 책을 가져와 읽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면서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사망, 문재인 정권의 독재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헌정사의 치욕적인 날에 주무장관으로서 굳이 기자들 보는 앞에 연출까지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저자 이연주 변호사를 법조인대관에서 찾아보니 2001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인천지검 검사로 임관해 1년 정도 근무한 뒤 사직했다"며 "책을 쓸려면 진작 쓸 것이지 20년 지나 쓴 것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5선 국회의원에 당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이 겨우 20년 전 검사 1년 한 변호사의 책을 무슨 바이블처럼 본회의장까지 가져가 일부러 카메라 기자 앞에 노출시킨 것은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본회의장은 도서관이 아니며, 국무위원이 독서하는 장소가 아니다. 법안표결과 의사일정이 진행되는 국회에서 국무위원이 버젓이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특히 공수처 강행처리를 반대하는 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개짖는 소리로 간주하는 무례한 짓"이라고 성토했다.
김 교수는 "카메라 기자가 주목하고 있는 본회의장에서 보란 듯이 검찰 비난 서적을 꺼내 읽는 모습은 누가 봐도 '사진 정치'를 의도한 것"이라며 "검사생활 1년 경험으로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저자의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법무장관이 검찰총장과 극한의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그것도 검찰총장 징계를 하루 앞둔 시점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도적으로 검찰개혁 구호에나 어울리는 편향적인 서적을 사진에 노출했다"고 비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추 장관은 참 가지가지 하신다. 참 애쓰신다.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라며 "추윤전쟁이 끝난 후 법무장관 사표를 낸 뒤 '내가 법무부를 떠난 이유'라는 제목의 책을 하나 쓰시라, 스스로 반성하고 참회하면서"라고 비판했다.
◆ "정치인 말과 행동 모두 정치적 메시지"
추 장관의 이른바 '국회 본회의장 독서'를 두고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추 장관이 언론 앞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서욱 국방부 장관이 함께 자리한 추 장관에게 "많이 불편하시죠"라고 말하자 "어이가 없다. 저 사람은 검사 안하고 국회의원 하기를 참 잘했다"라며 "죄 없는 사람을 여럿 잡을 거 같다"고 말했다. 서 장관과의 사적인 대화였지만 켜진 마이크를 타고 그대로 중계됐다.
추 장관 발언 중 '저 사람'은 추 장관을 향해 공격적 질문을 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아니냐는 항의가 이어졌다. 특히 5선의 중진 정치인이자 당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이 마이크 작동 여부를 몰랐을 리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일었다. 논란 직후 추 장관은 "원만한 회의의 진행을 위해 유감스럽다"며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본회의장에서는 추 장관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윤석열 검찰총장 아내와 장모 관련 자료를 읽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검찰개혁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하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견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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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일련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모두 정치적 목적이 있는 행동으로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휴대전화가 언론사 카메라에 잡히는 행동은 의도가 있는 정치적 행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인들 말과 행동은 모두 목적이 있다"면서 "(그것이 실수로 보여도) 대부분 '정치적 의도'가 있는 행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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