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兆 미만·감사委 없는 상장사 '3%룰' 그대로…규제 역차별 논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3%룰 완화했지만…자산총액 or 감사위원회 설치 상장사로 국한
법안 맹점 악용하는 투기 세력에 중소·중견기업 휘둘릴 우려
법조·재계 "형평성 위배 및 위헌 시비"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동우 기자, 이기민 기자]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둔 상법 개정안 심사에서 현행 상법대로 감사를 뽑고 있는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의 현실이 배제돼 규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의 핵심인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을 '합산'에서 '개별'로 일부 완화했지만 자산총액 규모 혹은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상장 회사로 대상을 국한해서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주주 지분 구조가 취약한 중소ㆍ중견기업이 법안의 맹점을 악용하는 적대적 세력에 휘둘릴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2조원 미만이거나 감사위원회를 따로 두지 않고 주주총회에서 감사를 뽑는 중소·중견기업은 이번 상법 개정안에 기반한 3%룰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현행 상법에 따라 주총에서 먼저 이사를 일괄 선임하고 이후 선임 이사 중에서 감사를 선임해야만 한다.
문제는 상법 개정안을 통해 일부 규제를 완화한 3%룰이 아니라 기존 상법의 3%룰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혹은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는 상장사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 의결권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상이 아닌 상장사는 기존 상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재벌 잡으려고 하다가 중소·중견기업을 잡는 꼴'이라며 형평성 위배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일례로 자산총액 5000억원 상당의 A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하려는 의도가 있는 B기업이 우호 지분을 통한 표대결에서 A기업 이사회 절반을 장악한다고 가정하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한해 3%룰을 적용받는 감사 선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상법 및 기업지배구조 전문 대형 로펌 변호사는 "형평성의 문제가 분명 있다"며 "감사든 감사위원이든 3%로 의결권을 제한하려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이나 미만인 기업 둘 다 대주주 합산 방식으로 하든지 아니면 둘 다 합산 3%를 하지 말든지 해야지, 대주주 합산 룰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도 "자산총액 기준 2조원 미만인 기업의 상근감사라도 (대주주 의결권을) 3%룰로 제한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라며 "주주들의 본질적 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감사의 역할에 따른 영업기밀에 대한 외부 노출 가능성도 우려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경제계는 그동안의 의견 수렴 절차를 무시하는 과잉 입법이라며 반발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일찍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일부 기업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특히 주요 계열사에 3%만 지분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는 더 문제"라며 "작은 지분을 갖고 있는 사모펀드 등이 기업의 경영권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기업별로는 법무 라인을 풀가동해 위헌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나 3%룰 자체는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사를 뽑을 때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주주의 본질적 권리 침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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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투기 자본의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격'이라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보다는 외국계 투기 자본이나 국내 펀드 같은 기관투자가만을 위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며 외국계 펀드 등이 추천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진출할 경우 감사의 정보 접근 권한이 큰 만큼 기술이나 투자 계획 등 정보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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