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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휴가 쓰려면 생리대 제출?" 생리휴가 사용 제한, 인권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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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휴가 신청에 '생리대 사진' 제출하라" 인권위 진정
노조 "생리 휴가권 침해와 인격모독, 성차별 바로잡아야"
전문가 "생리휴가는 근로자의 권리, 사업체가 보장해줘야"

생리 휴가를 사용하려면 생리대 사진을 제출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 여성상담사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생리 휴가를 사용하려면 생리대 사진을 제출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 여성상담사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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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여성 상담사들이 생리휴가 신청 시 사측에서 '생리대 사진' 등을 입증자료로 제출 요구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 근로자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일부 남성들은 생리휴가제 악용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생리휴가란 여성 근로자에게 한 달에 하루 제공되는 무급휴가로,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 또한, 일용직·임시직에 관계없이 부여되고, 근로일수와도 관계없이 적용된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73조로 규정돼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114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 같은 법 조항에도 생리휴가 지급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생리휴가 신청 시 회사가 입증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차별 시정을 요청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을 제기한 이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3고객센터 상담사들로 그동안 사측은 생리휴가 15일 전까지 관련 증빙서류와 휴가원을 사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상담사들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상담사가 당일 생리휴가를 사용하자 담당 팀장은 "생리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며 "다른 회사에서는 생리대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생리대 사진 제출 운운하며 입증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이자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인격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약을 먹고서라도 출근해 휴가원을 작성하거나, 연차를 쓰라고 강요받기도 했다.


다른 상담사는 출근날 아침 생리휴가를 사용한 뒤 이튿날 팀장으로부터 "약을 먹고서라도 출근을 해 휴가원을 작성하거나 나올 수 없는 상태면 연차를 쓰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노조는 "생리휴가의 특성상 당일 사용이 불가피할 때도 있음에도 당일 휴가를 사용한다고 사실상의 페널티를 주는 것은 생리휴가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생리휴가 사용을 억압하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성차별"이라고 주장했다.


7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생리 휴가 신청 노동자에 입증·사전 승인 강요 건강보험 고객센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회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생리 휴가 신청 노동자에 입증·사전 승인 강요 건강보험 고객센터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및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회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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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여성들 사이에서는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를 성희롱당해가며 써야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생리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운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법적으로 모든 여성 노동자들은 원하면 한 달에 한 번 생리 휴가를 쓸 수 있음에도 이를 제한, 인권침해라는 지적이다.


실제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절반 이상이 일상이 불편할 정도의 생리통을 겪으며, 그중 약 20%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 중에 발생하는 생리통은 20~40대 가임기 여성의 약 50~60%에서 호소하는 흔한 부인과 증상이다.


여성들의 생리통 심할 때 증상으로는 아랫배 땡김이나 골반통 정도가 대표적이지만, 동시에 두통, 메스꺼움, 유방통, 변비, 우울감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생리 중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럼에도 일부 남성들은 생리휴가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생리휴가를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올 정도다. 청원인은 "생리휴가는 여성만 쓸 수 있고, 생리 때 힘드니까 나라에서 배려해준 건데 지금 생리휴가 실태는 매우 심각하다"며 "일부러 주말에 붙여서 생리가 아닌데도 생리휴가를 쓰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여성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휴가가 있냐"라며 "생리 휴가 없애 달라"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는 생리휴가는 근로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이를 청구할 시 사업체는 휴가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생리휴가는 원래 유급으로 쓸 수 있었지만, 현재는 무급으로 바뀌었다. 또 생리휴가는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쓸 수 있다. 현재는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교에서도 생리공결제가 가능하다"며 "입증자료 제출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시대착오적인 일이라고 본다"며 "이렇듯 여성들의 건강, 일에 대한 부분들이 왜곡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생리휴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잘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여성건강을 위한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방향과 과제'(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8) 보고서에서 김동식·송효진·동제연·이인선 연구위원은 "월경을 낙인화 하고 비정상적인 행위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이 당당히 월경 건강을 관리하고, 나아가 다른 일에 집중하고 참여하는 데 있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근로기준법상 무급 생리휴가 제도 외에는 법제 규정이 없다. 모자보건법이든, 여성건강 또는 성재생산 건강 관련 법제이든 월경 관련 여성 건강 및 월경권 보장 관련 내용을 정책적 근거로써 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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