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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코로나 불황에도 사람들이 막국수 한 그릇을 찾는 이유

최종수정 2020.12.04 14:53 기사입력 2020.12.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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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이종길의 가을귀]코로나 불황에도 사람들이 막국수 한 그릇을 찾는 이유


올해 외식업은 유례 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포장, 배달, 가정간편식의 증가로 시장 상황도 바뀌었다. 이제 기존의 성공 전략만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거나 고객이 계속 찾아주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어떻게 하면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을까.


경기도 용인의 고기리막국수는 모범답안일 수 있다. 코로나19에 관계 없이 성황을 이룬다. 지금도 8000원짜리 들기름 막국수 한 그릇을 먹으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이 가게는 올해 매출 30억원을 기록했다. 손님이 계속 몰리는 건 무엇보다 맛이 있어서다. 막국수는 요리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일정한 맛을 내는 데 온갖 정성이 요구된다. 주재료인 메밀부터 그렇다. 면으로 만들 때 알곡 자체의 건조도는 물론 날씨, 습도, 반죽 시간, 농도, 반죽하는 물의 온도, 삶는 시간, 삶는 물의 양, 헹구는 물의 온도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고기리막국수는 계량화 기준 오차 범위를 5% 이내로 유지한다. 아침마다 메밀 가루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반죽 물의 양을 조절한다. 면 삶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크게 30초 차이를 두고 조절한다. 육수 끓일 때도 그날 들어온 소뼈와 뼈에 붙은 살코기 상태로 우려내는 시간을 확인한다. 레시피는 있지만 숙련된 전문가가 관여해야 하는 부분이다.


가게의 또 다른 장점은 편안함이다. 손님에게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말해서 될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은 식당에서 뭔가 부탁할 일이 있으면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낸다. 음식값에 포함된 서비스 권리인 걸 알면서도 눈치 본다. 성미 급한 사람들은 물이나 음료를 직접 꺼내 가거나 모자란 반찬을 더 받으러 간다.

고기리막국수는 손님이 추가로 반찬을 요구하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응대한다. 사실 요청하기 전에 먼저 가져다준다. 김치가 부족해 보이면 새 접시에 바로 담아온다. 손님이 어떤 양을 주문할지 망설일 때는 작은 크기부터 권한다. 눈앞의 이익보다 손님이 자기를 믿고 다음에 또 오도록 유도한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신뢰를 쌓는 것이다.


김윤정 고기리막국수 대표가 쓴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는 이런 관계 중심의 경영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식당 운영의 노하우나 경영철학을 담은 책은 자기계발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개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글을 쓰게 된 배경도 한 번 찾은 손님들이 왜 다시 방문하는지에 대한 고찰이었다. 어쩌면 비대면 시대를 통과하는 외식업에 가장 요구되는 자세일지 모른다.


"지치고 두려운 상태에서도 찾아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식당의 존재 이유임을 다시 새깁니다. 따뜻한 위로를 담아낸 막국수 한 그릇으로 손님이 잠깐이라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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