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헉 내 얼굴이 포르노에?" 진화하는 지인능욕 범죄 [한승곤의 사건수첩]

최종수정 2020.12.02 12:51 기사입력 2020.12.02 10:38

댓글쓰기

AI 기술 이용해 이미지 뿐만 아니라 영상에 얼굴 합성
일명 '지인능욕 영상' 만들어 SNS에 무차별 유포
피해자는 끔찍한 고통 시달려…처벌 강화해달라 靑 청원도

한국 여자 아이돌의 얼굴을 합성해 포르노 영상을 만든 한 사이트.

한국 여자 아이돌의 얼굴을 합성해 포르노 영상을 만든 한 사이트.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대학생 최모(여·26)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친구들이 "이거 너 아니냐"며 카톡 메시지를 잇달아 보냈는데, 확인을 해보니 음란물에 자기 얼굴이 합성, 유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당연히 그 사진은 본인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지인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최 씨는 "아무리 내가 아니라고 그래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라면서 "경찰 신고는 물론 삭제 조처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말 정신병 걸릴 것 같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최근 타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포르노 등 음란 영상에 합성해 이를 유포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범행에는 AI 기술인 '딥 러닝'(Deep learning)이 활용됐다.

해당 범죄는 이미 전 세계적인 문제로 '가짜'(Fake)라는 말을 붙여 '딥페이크 범죄'라 부른다. 언제 어디서 내 얼굴이 포르노 영상에 합성, 유포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성범죄다.


1일 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이 남성은 트위터상에 이른바 '지인 능욕 방'을 개설해 팔로워 1200여 명에게 나체사진 등 합성사진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에 유명인 또는 지인의 얼굴과 성 영상물을 정교하게 합성했다. 특히 트위터 팔로워 가운데 아동·청소년 대상으로 이 허위영상물을 제작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일상에도 파고든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20대 대학생 이 모 씨는 "내 얼굴이 포르노 영상 등 음란물에 합성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라면서 "기술적으로 이런 범죄를 미리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김 씨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이런 범죄를 막아야 한다"면서 "트위터나 SNS로 유포되면 삭제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것 아닌가"라며 "이런 측면에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 피해자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빠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인능욕' 범죄 특징은 트위터 등 SNS에 무차별 유포한다는 점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인능욕' 범죄 특징은 트위터 등 SNS에 무차별 유포한다는 점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민들의 불안감과 같이 해당 범죄는 이미 우리 일상 속에 깊게 파고들었다. 방송통심심의위원회가 2017년 하반기에 실시한 '음란·성매매 정보 중점 모니터링'에서 적발한 사례 494건에 대한 접속차단 내용을 보면, 지인능욕·합성이 291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인능욕'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사진이나 인터넷에서 얻은 일반인 사진, 연예인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한 뒤 개인정보, 성적 명예훼손 문구 등을 덧붙여 온라인에 무차별 유포하는 것을 말한다. AI 기술을 적용하면 영상에도 이 같은 합성을 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앞서 미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칼렛 요한슨, 엠마 왓슨 등 해외 유명배우뿐만 아니라 설현 등 국내 유명 연예인들의 얼굴을 포르노 영상과 사진에 합성한 불법 콘텐츠들이 무차별 유포된 바 있다. AI 기술로 정교하게 편집된 영상이다 보니 진위를 가리기 힘들어 피해자로서는 끔찍한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련 범죄는 느는 추세다. 영국의 BBC가 사이버 보안 연구회사 '딥트레이스'의 딥페이크 연구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2월 약 8,000개로 집계됐던 딥페이크 비디오는 지난해 12월 기준 1만4,698개로 증가했다. 이는 약 1년 만에 약 2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영상들 중 96%는 음란물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서 지난 2018년 8월 '지인능욕' 피해를 입은 여학생의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해 상황 호소와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청원인은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엄마라며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일단 글을 씁니다"라면서 "최근 소라넷이 폐쇄되면서 음란범죄 조장 글들이 텀블러나 외국 사이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그 피해를 저희 아이가 당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평범한 고등학생인데 교복 입은 사진을 교묘히 편집하여 강O을 조장하는 글과 입에 담기도 치 떨리는 글을 게시하여 다니는 길이 안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불안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긴급한 삭제와 강력한 처벌을 시급한 사항입니다. 아이의 학교 이름 학년이 공개되어 아이가 받을 상처 또한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 '딥페이크 지인능욕' 범죄를 막아달라는 청원도 올라온 바 있다. 청원인은 "인공지능이 딥러닝과 인터넷 빅데이터를 이용해 입력된 사람의 얼굴을 다른 영상에 합성하는 기술"이라면서 "이미 우리나라의 몇몇 연예인들도 그 피해자가 되었으며 국내 각종 커뮤니티에도 입소문이 퍼져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온갖 성매매, 나체 합성 의뢰, 딥페이크 자료가 오가는 레딧과 텀블러로의 국내 출입을 금지하고 딥페이크 및 합성 사진 유통을 수사하는 것에 더 많은 경찰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며 "딥페이크는 영상 속 얼굴 주인에게 수치심을 남기는, 그 자체로 엄연한 성범죄, 명예훼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6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이 같은 디지텀 성범죄 유형의 단순 제작자뿐만 아니라 유포자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제작을 의뢰한 자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