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되었던 금융그룹감독법안이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됐다. IMF가 2014년 금융부문평가프로그램(FSAP)에서 금융그룹 통합 위험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지 6년이 지났지만, 법제화는 더딘 편이다. 다만 2015년부터 본격화된 금융그룹감독체계 도입작업이 일부 성과를 거두어 2018년 가을부터 모범규준을 이용해 시범 실시되고 있으나 실효성이 낮은 한계가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 자금을 이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부실화되는 경우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고객 신뢰를 잃을 경우에는 자금중개기능이 중단돼 경제활동에 심각한 어려움이 야기된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은 금융회사의 부실방지를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여타 산업보다 강화된 규제체계를 갖추고 있다. 주요 금융규제는 재무건전성규제, 지배구조규제, 공시규제 등이다.
재무건전성규제는 금융회사로 하여금 예상치 못한 손실을 흡수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자본을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업권별로 은행 및 저축은행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BIS)을, 보험사는 순자산 대비 책임준비금 비율(지급여력비율)을, 금융투자회사는 총위험액 대비 영업용순자본 비율(NCR)을 각각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지배구조규제는 금융회사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해 이해관계자 간의 이해상충을 최소화함으로써 건전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또한 고객의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책임성을 강화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도록 한다. 특히 금융회사의 경우 부실 발생 시 정부가 고객을 보호할 수 있으므로,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고객, 정부, 납세자로 확대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7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있다.
공시규제는 금융회사로 하여금 재무건전성, 지배구조 외에 건전성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투명한 방법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기능으로 하여금 금융회사의 건전경영을 유도한다.
금융감독의 문제는 단일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규제체계를 금융그룹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그룹의 경우 개별 자회사별로 손실을 흡수하기에 충분한 자본을 보유해도 그룹 전체차원의 필요자본에 충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개별 자회사의 자본이 여타 자회사에 투자된 경우에는 그룹내 자본이 이중으로 계상(double gearing)되기 때문이다.
또한 부실화된 자회사의 채무를 다른 자회사가 대신 보상할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평판위험이 높아져 그룹 전체의 손실이 확대될 수도 있다.
이번 금융그룹감독법안은 재무건전성규제, 지배구조규제, 공시규제 등 금융그룹감독에 필요한 규제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그룹은 재무건정성 확보를 위한 손실흡수에 필요한 자본규모 산정 시 자회사 간 투자자본을 제외하는 한편, 그룹내 여러 위험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그룹내 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업자 등 업권별로 상이한 필요자본비율 산정방식을 통일해야 한다. 이외에도 그룹내 위험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지배구조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데, 일부 금융그룹의 경우 비금융회사까지 포함해 더욱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국회는 앞으로 동 법의 도입목적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적용대상에 일부 재벌그룹이 포함되고 공정경제 3법 테두리에서 추진됨에 따라 재벌개혁법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제적인 금융그룹감독 방향에 맞춰 현재 금융지주회사에만 적용되고 있는 금융그룹감독을 여타 유형의 금융그룹에도 적용함으로써 규제차익을 해소하는 한편, 감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이 추진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무쪼록 빠른 시간 내에 법안이 통과되어 내년부터는 개선방안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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