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환경부와 함께 개최한 '중소기업환경정책협의회'에서는 업계의 절박하고 애타는 호소로 침통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름 아닌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끊임없이 요구해왔던 환경 관련 규제에 대한 속도 조절 때문이다. 이날 참석한 다수의 업계 대표자들은 정부의 환경보호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그 시행 방식과 시기에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더욱이 올 초부터 밀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쓰나미는 실물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으며, 특히 상대적으로 경영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에는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이런 와중에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으로 대표되는 각종 환경규제는 중소기업계에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2019년에 개정돼 시행 중인 화평법에 따르면 예전에는 기존화학물질 중 일부만을 등록 대상으로 선별ㆍ고시하던 것을 현재는 기존화학물질 1t 이상, 신규화학물질 0.1t 이상 제조ㆍ수입하는 모든 자는 화학물질을 신고ㆍ등록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신규화학물질 등록 기준을 비교해 볼 때 일본ㆍ중국ㆍ유럽연합(EU)의 연간 1t 이상, 미국의 연간 10t 이상에 비해서도 우리나라의 규제 수준이 과도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화관법에서 정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 항목의 경우에는 관련된 고시만 7개가 넘고, 고시마다 상이한 세부 기준이 413개나 돼 환경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까지 등록해야 하는 고위험물질은 총 1973종으로, 필요한 시험자료만 최대 2만개이며 이를 위해 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최대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하니, 등록 만료 시기가 임박하면 공장의 해외 이전이나 폐업이 증가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무리한 환경규제 제도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에 비해 수익 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은 화학물질 등록 등 관련 비용을 제품 원가에 반영해 해결하고자 할 것이고, 이는 곧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결과 우수한 기술력에도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몰락하고,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는 EU에서도 마감 시한('19년 8월)까지 등록된 화학물질은 대상의 17.1%에 불과했고, 이러한 환경규제가 유럽 화학산업 몰락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현실을 참고해볼 만하다.
물론 중소기업계도 화학물질의 철저한 관리와 환경보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2011년과 2012년에 있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구미 4공단의 불산 유출사고' 등은 절대 재발해선 안 되며, 이러한 사고의 예방을 위해 제도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여러 사례에서 경험했듯 아무리 좋은 취지의 법과 제도라 할지라도 세심한 현황 파악과 검토, 현장에서의 수용 가능성 없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함은 물론이고 해당 경제 분야에 직접적 피해를 줘 당초 취지에 따른 긍정적 성과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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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성급한 환경규제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충분한 재검토와 단계적 정책 시행을 통한 점진적 추진이 필요하다. 아울러 산업계도 환경보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해 각종 환경규제에 대비할 수 있는 자생력 확보와 자발적 참여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장용준 신평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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