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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시멘트는 '쓰레기시멘트'?…지나친 오해와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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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폐기물 대란과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

편집자주전세계가 환경오염에 신음하고 있다. 세계 플라스틱 연간 생산량은 약 4억5000만t. 오는 2050년에는 무려 12억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바다에 떠다니는 폐플라스틱과 어류의 비율은 1:5다. 이대로 변화가 없다면 2050년에는 1:1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도 있다. 버려지는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처리 문제는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다. 지난해 3월 미국 CNN에 보도됐던 '의성 쓰레기산'은 정부에서 연내 처리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와 불법 폐기물 수출이 필리핀 당국에 적발돼 국내도 '폐기물 대란'이 심각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급증하는 폐기물 전체를 소각, 매립을 통해 처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미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시멘트산업에서 순환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폐기물 대란 해결과 자원순환사회 실현에 필요한 국내 시멘트산업의 역할을 조명한다.

벨기에 오브르 공장 소성로의 모습. 예열기가 없다. 한국이 90년대 초반까지 사용하던 방식을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다. [사진=한국 시멘트협회]

벨기에 오브르 공장 소성로의 모습. 예열기가 없다. 한국이 90년대 초반까지 사용하던 방식을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다. [사진=한국 시멘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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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국산 시멘트를 '쓰레기시멘트'로 비하…지나친 오해와 불신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지난 2014년말,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중국으로부터 걸려온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창원, 위례지구 등 일부 아파트 건축예정 입주민들이 중국산 천연시멘트를 수입하고 싶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이를 이상하게 여긴 중국 업체들이 면식이 있는 한국의 시멘트 업체 관계자들에게 신빙성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내막을 알아보니 한국의 한 환경운동가가 "국산 시멘트는 '쓰레기시멘트' 라서 새집증후군과 아토피 피부염, 방사능 위험이 있으므로 천연원료로만 만든 중국산 시멘트를 사용하면 안심할 수 있다"는 강연을 하자 불안과 공포를 느낀 사람들이 중국에 연락해 수입 여부를 확인한 것이었다.

국가별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 [자료=한국 시멘트협회]

국가별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 [자료=한국 시멘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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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전해들은 중국 시멘트 업체들은 "중국 시멘트업계도 환경문제 해결과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순환자원(폐기물 중 환경적으로 유해하지 않고, 경제성이 있는 물질) 재활용을 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서 특히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유통기한이 지난 쥐약, 압수·폐기 마약까지 중국의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소성로에 투입해 안전하게 처리하는데 한국 국민들은 이를 천연시멘트라고 아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한국시멘트협회와 국내 업체의 적극적인 설명과 자료제공을 통해 오해를 해소하고 국산 시멘트를 사용해 창원과 위례지구 등은 완공됐다. 당시 완공한 아파트는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부 국민과 환경운동가의 국내 시멘트산업에 대한 선을 넘은 오해와 불신, 시멘트에 대한 무지는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1월 국내 시멘트업계 관계자들은 벨기에의 '오브르(Obourg)' 시멘트공장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오브르공장은 3.1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보다 8년이나 앞서 준공돼 무려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한다. 더 놀라운 것은 최신기술을 자랑하는 NSP킬른(소성로, 시멘트제조설비)이 아니라 이전세대 방식인 SP킬른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순환자원을 재활용해서 안정적으로 시멘트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당시 유럽시멘트협회(CEMBUREAU) 관계자는 "100년이 더 지난 오브르공장도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순환자원을 재활용하는데 최신 생산설비와 최정상급 기술력을 갖춘 한국 시멘트업계는 왜 순환자원 재활용 확대에 나서는데 어려움을 겪느냐"면서 의아해 했다.

순환자원 재활용을 통해 제조된 시멘트를 일본은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한 제품이므로 '에코(Eco)시멘트'라고 부른다. 중국의 시멘트업체인 '중국연합수니집단유한공사'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290만t의 폐기물을 재활용해 시멘트를 생산한다. 특히 대도시인 난징에서 발생하는 유해폐기물 51만t, 도시폐기물 8만t, 슬러지 49만t을 사용한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시멘트산업에서 순환자원 재활용은 이미 전 세계적인 대세다. 국내서는 '쓰레기시멘트'라는 오해를 받으며 비난받고 있는데 정작 세계에서는 '친환경시멘트'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만약 순환자원 재활용 시멘트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이는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달리 대한민국에서만 천대받고 비난받는 시멘트지만, 유럽, 일본, 중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헤프닝으로 본다. 대부분의 국가 모두 시멘트 생산설비를 통해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재활용해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문제 해결에 나서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우수한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순환자원 재활용 확대에는 뒤처져 있다.

해외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 현황. [자료=한국 시멘트협회]

해외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 현황. [자료=한국 시멘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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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국내 시멘트업계의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은 23%, 반면 유럽은 두 배에 달하는 46%를 대체해 재활용하고 있다. 특히 독일 시멘트업계는 연료의 68%를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1911년 준공된 10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벨기에의 오브르공장도 이미 1984년부터 순환자원을 재활용해 연료를 대체하는데 그 비율이 무려 74%에 달한다.


특히 오브르공장은 1984년 이전 만해도 폭발적인 에너지비용 증가로 주주들로부터 공장폐쇄 압박을 받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1984년부터 순환자원을 연료로 대체하면서 에너지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되고 동시에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으로 인정받으면서 폐쇄 위기에서 탈출했다.


한국보다 먼저 선진국 대열에 오른 서유럽 국가들의 시멘트산업을 통한 순환자원 재활용 활성화는 당연한 현상이다. '대량생산-대량소비-폐기물 대량 발생'으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소비문화는 필연적으로 환경문제를 동반했고, 이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우리보다 먼저 겪은 고민이었다.


이들은 해결책을 시멘트산업의 제조공정에서 찾았다. 소각, 매립을 통한 처리물량은 한계가 있는 위기 속에서 무려 2000℃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온으로 순환자원을 열원으로 사용하는 시멘트산업의 제조공정은 유럽 국가들에겐 축복이었고 일본은 '정맥산업(더러워진 피를 새로운 피로 만들기 위하여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정맥의 구실과 같이 폐기물을 안전하게 재활용하여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산업)'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한국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환경문제 해결에 투입되는 막대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은 결국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유럽, 일본처럼 우리도 시멘트산업이라는 유효한 환경문제 해결수단이 있음에도 어긋한 시선으로 시멘트산업을 바라보는 일부 반대를 의식해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앞선 국가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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