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은 왜 편의점에서 ‘구글상품권 카드’를 사려했을까?
부산에서 ‘자녀사칭 메신저피싱’ 신종사기 막은 폴리스 스토리
지난 7일 부산 동래구의 한 편의점에서 60대 여성이 구글 기프트카드 코너를 서성이고 있었다. 멀찍이서 한 사내가 아이스크림과 음료 등을 고르고 있다. [이미지출처=부산경찰]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편의점에서 초로의 여성이 왜 ‘구글기프트’ 카드를 사려고 했을까?
40대 사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7일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다 마주친 60대 여성 모습에 뭔가 ‘찜찜’했다.
여성은 한참 서성이다 손에 쥔 구글기프트카드를 결제하러 계산대로 다가갔다. 사내의 귀에 울린 가격은 15만원.
대금을 결제하려는 여성을 사내가 잽싸게 가로막았다.
“혹시 자녀분 휴대폰이 고장나서 구글기프트카드를 구매해 달라고 하던가요?”
뜬금없는 질문에 놀란 여성은 대답 대신 자신의 휴대폰에 찍힌 문자메시지를 사내에게 보여줬다.
“이건 사기입니다. 절대 결제하시면 안됩니다.” 즉각적인 사내의 대답은 힘있고 곧았다.
“저는 부산 사상경찰서 사이버수사대 박진건(43) 경장입니다!”
사내는 휴무일에 자녀에게 줄 아이스크림을 사러 동네 편의점에 들른 현직 경찰이었던 것이다.
60대 여성이 구글기프트카드 코너에서 한참 서성일 때 그는 이미 직감했다. 여성이 보여준 문자메시지는 확증일 뿐이었다.
범죄 이름은 신종 사기수법인 ‘자녀사칭 메신저피싱’이다. 여성이 보여준 문자메시지는 박 경장의 수사 케이스로 수집했던 문자와 토씨 하나 똑같았다.
때아닌 ‘잠복근무’를 한 박 경장은 경찰 신분임을 밝힌 뒤 여성에게 자녀와 통화를 권했고, 해당 문자가 ‘메신저피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최근 경찰에 구글 기프트카드를 이용한 자녀사칭 메신저 피싱 사기 피해 신고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
해당 카드를 사용하려면 카드 뒷면에 복권처럼 가려진 부분을 동전으로 긁어 16자리 일련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자녀를 사칭해 접근해 카드를 구매하게 한 뒤 뒷면에 적힌 일련번호를 알려달라는 수법이다.
이 카드는 게임, 영화, 도서, 유료 앱 결제 등 사용처가 다양해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끈다.
경찰에 따르면 기존 메신저 피싱 수법이 가족을 사칭해 현금 송금을 요구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이처럼 상품권 일련번호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권 일련번호는 인터넷을 통해 현금화하기 쉬운 데다 계좌번호나 실명 정보가 불필요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도 쉽다는 것이 이유다.
박 경장은 “휴대폰 고장을 이유로 고액의 구글기프트카드를 구매해 달라는 문자는 전부 피싱범죄로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카드 PIN 부분에 피싱 사기 주의 문구를 붙여 범죄예방을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요즘 유행한다”고 우려했다.
박 경장은 지난해 특채로 들어와 올해 2월 사이버수사대에 온 7개월 된 새내기 수사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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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쉬는 날 피싱 사기 피해를 막는 데 한 건 했지만, 이제 ‘피싱’이라는 진화하는 신종 사기를 꿈꾸는 범죄자들은 그의 오랏줄을 기다려야 한다.
박 경장의 도움을 받은 여성은 편의점을 떠나면서 몇 번이고 얘기했다고 한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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