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페이스북 손 들어준 법원…"현저성 인정X·방통위 과징금도 취소"(종합)
페이스북-방통위 행정소송 2심
방통위 "상고 여부 검토"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고의적 속도 지연 논란에 휩싸였던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법적공방 2라운드에서 재판부가 또 다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로 볼수 없다는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방통위는 내부 검토 후 추가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고법 행정10부(이원형 한소영 성언주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방통위 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심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는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만, 전기통신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하는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SK텔레콤ㆍ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함으로써 이용자 접속지연을 초래, 2018년 3월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3억96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당시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떨어뜨린 것이라는 의혹이 잇따랐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같은 해 5월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었다.
◆쟁점은 "현저성" "이용제한"…1심 이어 2심도 페이스북 승소
이날 2심 선고는 페이스북의 1심 승소 이후 1년여만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행위’. '이용 제한'에 해당하는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지연이나 불편은 있었으나 이용제한은 아니라고 본 1심과 달리, 이용제한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는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현저성을 별도의 요건으로 본다고 해도 전기통신 서비스의 특성, ISP(통신사)와 CP(페이스북)의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평균 응답속도가 어느정도 저하됐으나, 동영상 등 일부 콘텐츠에만 불편을 느끼고 게시물 접속이나 메시지 작성은 이전처렴 이용할 수 있었다. 현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1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민원건수가 늘어난 것도 객관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원건수가 증가했지만 주관적"이라며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민원 건수가 증가했다가 이후 조금 감소하는 등 피고(방통위) 주장인 현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방통위 처분에 대해서도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 과징금을 전부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접속경로 변경 행위 가운데 일부가 처분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42조 1항)이 시행된 2017년 1월 31일 이전에 이뤄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처분의 근거 법령도 없는데, 50을 위반했는데 100으로 처분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법원은 재량권 일탈·남용만 판단한다. 과징금 규모는 행정청 재량에 속하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할 수 없어 전부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페이스북 "환영", 방통위는 "피해 입은 이용자 입장서 판단 안해" 유감
페이스북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코리아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방통위는 "그 당시 이용자 피해가 있었음에도 법원이 현저성의 요건을 보수적으로 해석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판결 내용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2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페이스북의 행위가 이용제한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있다고 본다"며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당시 KT와의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협의나 고지없이 홍콩, 미국으로 접속 경로를 우회했고 이로 인해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무선응답속도가 평균보다 2.4~4.5배 느려졌다고 근거를 내세우며 항소했다. 법학을 전공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달 기자들과 만나 "이용자 제한은 정량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며 "속도 지연으로 인해 사용자가 답답하고 쓰기 싫어지면 콘텐츠제공자측이 이용자를 제한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이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 협상과정에서 접속경로를 변경해 통신속도를 저하시킨 페이스북의 행위를 법원이 불법으로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향후 비슷한 상황에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해도 정부가 이를 막을 제재 수단이 사라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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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란 배경에는 망 사용료 갈등이 존재한다. 이번 선고는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글로벌 CP가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며 이른바 '망 무임승차'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나왔다. 자칫 법원 판결이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글로벌 CP도 망 안정성 의무를 갖고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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