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학생 수가 줄면 교육재정도 줄여야 하나
2000년 이후 학생 수 감소 추세가 가파르다. 2000년에 비해 올해 유치원생은 10.1% 늘었지만 초등학생은 33.1%, 중학생은 30.6%, 고등학생은 40.6% 줄었다. 반면 유·초·중등 교육재정은 세출 결산액 기준으로 2000년 19조7000억원에서 2019년 80조4000억원으로 4.1배 늘었다.
물론 2005년부터 민간투자(BTL)를 유치해 충당한 학교신설비 부채가 7조8000억원이며 지난 20년간 지방교육채 발행 규모가 24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국채와 달리 나중에 지방교육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입 내에서 상환하기 때문에 지방교육채만큼 집행 실적이 이중 계산되는 문제가 있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 교육재정도 줄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교부금이 내국세의 20.79%로 법정화돼 있어서 학생 수와 관계없이 내국세 수입이 늘면 교부금도 자동적으로 늘어난다. 20년간 유·초·중등학생 수가 852만명에서 601만명으로 29.5% 감소했으니 교육재정도 그만큼 줄였어야 했다는 주장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2000년 당시 낙후된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통계를 제출하지 못할 정도였다.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는 교육 여건 개선사업에 재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해 겨우 교육 여건을 국제 평균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올려놨다. 중학교 의무교육을 완성했고, 유아 무상교육에 이어 OECD 국가 중 마지막으로 고교 무상교육까지 시작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기회를 이용해 교육 여건과 제도 개선을 이뤘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된다.
둘째,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가진 것은 최근 몇 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했다. 아직 성과를 기대할 단계가 아니며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 교육복지 확대, 고교학점제 시행, 학교공간 혁신 등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교육재정 수요가 줄어들 때가 아니며 교육예산을 삭감해야 할 단계도 아니다.
셋째, 교육재정의 소비 단위는 학생이 아니라 학급이라는 점을 무시했다. 학생 수는 29.5% 줄었지만 학급 수는 23만학급에서 27만5000학급으로 19.6% 늘었고, 교원 수는 37만명에서 54만8000명으로 48.1% 증가했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면서 학급 수가 늘고 교원 수가 늘어난 것이다. 교육재정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학생 수 감소와 학급 수 감소는 비례하지 않는다. 학생 수가 줄면 학급 수도 줄어야 하지만 일정 기간 학급 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인구가 사회적으로 이동할 때 학생 전출 학교에서는 학급 수가 줄지 않아도 전입이 집중되는 학교에서는 학급 수가 늘 수 있다.
교육 여건이나 학생당 교육비가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서 성급하게 교육재정을 줄이면 안 된다. 국제 평균수준에 근접한 것이 불과 2, 3년이다. 지난해 말 현재 남아있는 채무가 7조8000억원이고, 계속 평균 수준의 투자를 해온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인프라 축적량의 차이가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학생 수 감소가 확연해지자 전후 사정을 따져보지도 않고 교육재정을 빨리 삭감해야 한다는 조급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교육을 국가 백년대계로 생각하고 있는지.
학생 수가 줄면 결국 교육재정도 줄어들 것이며,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그때가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겨우 중학교 의무교육, 유아무상교육, 고교무상교육으로 교육의 공공성 보장을 위한 제도를 갖췄다.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투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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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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