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이 내린 최종 판단… 수사심의위 '패싱'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에도 불복…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불구속 기소' 결정은 그간 8차례나 반복돼 온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권고 수용이라는 관례를 검찰 스스로 깬 사건으로 남게 됐다. 특히 수사심의위원회가 6월 회의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전현직 임원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10대 3'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결정했는데, 이를 무시함으로써 검찰 내외부로부터의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2018년 11월 20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이날 수사팀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도 단계마다 중요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수사팀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 거짓 정보 유포 ▲ 중요 정보 은폐 ▲ 허위 호재 공표 ▲ 주요 주주 매수 ▲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를 일삼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물산 투자자들은 주주가치의 증대 기회를 상실하는 손해를 봤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부분에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팀은 수사의 출발점이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의혹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수사팀은 "삼성은 '최소 비용에 의한 승계와 지배력 강화'라는 총수의 사익을 위해 미전실 지시로 합병을 실행하고 투자자의 이익은 무시하고 기망했다"며 "이는 명백한 배임 행위이자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한 조직적인 자본시장질서 교란행위로서 중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선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 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심의위는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2018년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제도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직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며 '부실ㆍ편파 수사'란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두 달간 경영학ㆍ회계학 분야의 교수와 전문가들을 불러 수사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도 논란이다. 영장 기각과 수사심의위 권고로 연이은 타격을 입은 만큼 외부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였지만 처분을 내리기 위한 명분 쌓기 절차였다는 분석이 당장 나왔다.
한편 이 부회장의 기소가 최종 확정돼 경제사건으로 분류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형사합의25부, 형사합의34부, 형사합의35부 중 한 곳에 배당될 것으로 관측된다. 모두 경제사범 전담재판부들로 각각 인보사케이주 성분 조작 의혹(24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25부), 옵티머스자산운용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34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35부) 등 재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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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사를 담당했던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는 3일자로 대전지검으로 이동한다. 앞선 지난달 27일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팀장 김영철 부장검사)을 신설하는 검찰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이 부회장 등의 공소유지는 삼성바이오 수사에 참여해온 김 부장검사가 주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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