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담보로 제공한 동산 팔아도 배임죄 아냐”… 담보물 보존은 ‘자신의 사무’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타인에게 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채권자 모르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지키는 것이 비록 타인인 채권자를 위하는 측면이 있다 해도, 그 같은 사무의 성격은 ‘자신의 사무’이지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한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7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임을 전제로 배임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으나,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휴대전화 부품업체 대표인 A씨는 2013년 9월 B은행으로부터 10억원을 대출하면서 회사 소유 기계 등 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은행에 담보로 잡힌 기계를 채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인 중국법인에 양도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담보권자인 은행을 위해 담보물인 기계를 보관하는 것을 채권자인 타인의 사무로 본 것.
A씨는 이외에 베트남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148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도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상고했으나 횡령 혐의는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채무자의 동산담보권이 설정된 담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유지·보관할 의무는 동산담보설정계약에 따른 의무로서,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채권자를 위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무의 성격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이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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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타인의 사무에 관한 해석을 통해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사법(私法)의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사적자치의 침해를 방지한다는 데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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