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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남자 지금 지하철서 야동 봐요" 대중교통서 '음란 영상' 시청…처벌 수위는 [한승곤의 '법'아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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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서 '음란 영상' 시청
타인에 불쾌감 등 피해…어떤 처벌받을까

한 스마트폰 이용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 스마트폰 이용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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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편집자주]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한 사람을 표현하는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대로 하자'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게 법은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있습니다. 거대 담론이 담긴 심오한 법률 지식이 아닌 우리 이웃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 서울 소재 회사를 다니는 20대 여성 A 씨는 최근 지하철을 이용하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 50대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란 영상을 보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A 씨는 "공공장소에서 야한 영상이나 사진을 보는 것은 성범죄 아닌가"라면서 "분명 본인이 야한 영상 등을 보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모를리 없는데 너무 뻔뻔하고 괘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야한 동영상인 일명 '야동'을 보는 사람을 목격했을 경우 신고를 하면 과연 어떤 처벌을 받을까. 결론부터 살펴보면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불쾌감을 전한 행위에 비해 처벌은 낮은 수준이다.


현행법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야동을 볼 경우 처벌한다는 직접적인 처벌 규정이 없을 뿐더러 '성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을 여지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서울 지하철.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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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서 음란 영상 시청…'성추행', '강제추행죄' 등 처벌할 수 있나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성추행 구성 요건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접촉 행위'지만 음란 영상만 봤을 경우, 주변 사람과의 신체접촉이 없어 강제추행죄 성립 여지가 매우 적다.


공공장소에서 야동을 봤다는 이유로 공연음란죄 처벌 대상이 될 것 같아 보이지만 이 역시 적용하기 어렵다.


2006년 1월 대법원(2005도1264)은 '음란한 행위'에 대해 "형법 제245조 소정의 '음란한 행위'라 함은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그 행위가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판결 내용 그대로 해당 죄는 충분히 남들이 볼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경우 성립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음란성' 인정에 소극적인 편으로 알려졌다. 공공장소에서 실제 성행위를 하거나 스스로 음란행위를 하는 등 극단적인 경우에 한해 공연음란죄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지난 3월 광주지법 형사12부(재판장 노재호)는 공연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51)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자위행위를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고 피고인 행위 자체가 음란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없다는 게 이유다.


재판부는 "판례와 법령을 종합하면,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행위가 있었을 경우 그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노출 방법·정도 등에 비추어 그것이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에 해당할 뿐, 형법 제245조의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이 한 일련의 행위들이 경범죄처벌법의 '과다노출'에 해당할 수 있을지는 별론(別論)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 가지고는 그것이 형법상 공연음란죄의 '음란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 의도에 대한 진술이 일부 합리적이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자위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피고인의 행위에 음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하철 개찰구를 이용해 빠져나오고 있는 직장인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하철 개찰구를 이용해 빠져나오고 있는 직장인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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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안전법으로 처벌 가능…버스서 시청은 처벌 어려워


다만 철도안전법이라는 특별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철도안전법 제47조 제1항은 '여객 등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벌칙 규정을 마련,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형법상 강제추행죄 구성요건와 달리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었어도 처벌 요건 성립이 가능하고 야동을 보는 행위가 다른 여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다면 처벌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만 야동을 본 장소가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였다면 처벌 여지는 좁혀질 수 있다. 버스 여객들에는 철도안전법이 아닌 교통안전법이 적용되는데, 교통안전법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성희롱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성희롱이란 성추행과 달리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음란 영상을 시청하는 과정서 일부 승객들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해, 이를 근거로 처벌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형법에는 성희롱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버스에서의 해당 행위를 이유로 처벌할 수는 없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법상의 강제추행죄와 공연음란죄 성립도 어렵다.


양성평등기본법에 의한 성희롱 행위 요건과도 맞지 않다. 해당 법에 따르면 성희롱 개념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의미, 대중교통에서 야동을 봤다는 이유로 성희롱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음란 영상을 시청한 사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편 법조계 관계자는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에서 음란한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을 봤다면 버스의 경우 기사에게 신고, 지하철의 경우 지하철 노약자·장애인석 옆에 있는 비상버튼을 눌러 승무원과 연락해 관련 조처를 이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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