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저축, 소비는 '엄카'로" 20·30 '금수저', 부모님 카드 쓰는 이유는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부모님 돈으로 재테크하는 2030 직장인 증가
일부 2030세대에선 '수저계급론' 확산하기도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 대기업에 입사한 김모(28)씨는 월급의 80% 이상을 자동이체한다. 김씨는 "월급 대부분을 저축하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없다"면서 "남은 돈으로 식비와 통신비 등의 비용을 다 낼 수 없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축한 돈은 주식에 투자하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한 비용으로 쓰려고 한다"며 "돈이 부족할 때마다 부모님이 흔쾌히 돈을 먼저 내주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모님의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본인의 월급은 저금하거나 투자하는 직장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본인의 월급을 아껴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등 목돈 마련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일명 '수저계급론'을 확산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수저계급론'이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식 세대에 대물림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직장인은 적지 않다. '사람인'이 직장인 12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6.7%가 자신을 경제적·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캥거루족'은 자립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월급이 적어서(64%) ▲목돈 마련을 위해서(31.7%) ▲지출이 커서(16.7%) ▲빚이 있어서(15.9%) ▲풍족한 생활을 위해(14.5%) 등의 답변을 꼽았다.
최근에는 본인의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명의로 된 신용카드를 쓰는 일명 '엄카족'(엄마와 신용카드의 합성어로 불리는 '엄카'를 받아 쓰는 젊은이)이 나왔다. 이들은 본인의 돈을 아껴 재산을 불리는 게 목적이다.
특히 '엄카족'은 자립할 나이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과는 다른 의미다. 이들은 생활비는 부모님의 카드로 사용하고, 회사서 받은 월급은 저축하는 등 재테크 방식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대기업에 취업한 직장인 박모(29)씨는 "쇼핑비나 비행기 티켓값 등 크게 나가는 비용은 모두 부모님 명의로 된 카드로 해결한다"면서 "월급은 주로 적금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 평소 부모님 돈을 쓰다 보니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어 "또래 친구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우위에 선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 덧붙였다.
일부 20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나섰다. 국세청의 월별 사업자현황을 보면 2018년 4월 기준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 사업자는 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7% 증가했다.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 증가율은 전체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이렇다 보니 일부 젊은 층 사이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의 재산에 따라 경제·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33)씨도 "'엄카족'은 나와 거리가 먼 얘기다. 직장인인데도 용돈을 받는다는 것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는 것"이라며 "저희 부모님은 지금 정년퇴직을 했기 때문에 나에게 용돈을 줄 여력이 없다. 또 돈을 버는데 용돈을 받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해도 월급은 한정적이고 지출해야 할 부분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돈이 쌓이지 않을 것 같다"면서 "내 자식들이 태어나도 물려줄 돈도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처럼 대부분의 청년이 자신의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 예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사회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일생 노력을 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22.7%였다.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응답자도 28.9%에 불과했다.
전문가는 '수저 계급론'과 같은 계층 고착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 계층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2018) 논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원이 사회의 계층을 결정한다는 ‘수저계급론’이 실제 나타나고 있고, 계층 고착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라며 "이런 경향은 본인 세대의 계층이동 문제를 넘어 다음 세대의 계층이동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발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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