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선거개입 당했는데, 가만히 있었다"…英, 러시아 보고서 공개
英 의회, 러시아리포트 공개
브렉시트 등 선거 때 러시아 개입
英 정부, 러시아 움직임 몰랐고 알려고도 안 해
러시아의 정치개입은 이제 새로운 현실이 된 상황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러시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등에 개입하는 등 영국 민주주의를 교란했지만, 영국 정부가 이를 눈감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의회 정보안보위원회(ISC)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 못 한 영국 정부의 문제점이 뒤늦게 지적됐다.
21일(현지시간) ISC는 러시아가 국민투표 등 영국 민주주의에 개입 의혹을 조사한 '러시아 리포트'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0월에 총리실에 제출됐지만, 영국 정부가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며 9개월간 끌어온 끝에 이날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일단 러시아의 개입을 공식 확인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이 이제 러시아 정보당국의 주요 타겟이 됐다"면서 "러시아의 선거개입은 이제 영국 사회의 뉴노멀이 됐다"고 평가했다.
ISC의 케반 존스 위원은 "화가 나는 부분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점이 아니라, 선거 개입이 있었는지를 알려고도 했던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러시아가 성공적으로 영국의 민주주의를 교란했다는 증가 등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움직임 대한 평가와 별개로, 영국 정부가 러시아의 선거개입이라는 위협에 제대로 대응 못 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2014년 스코틀랜드의 독립 투표 당시에도 러시아가 개입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연이은 러시아 정부의 선거 개입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이 보고서는 고위급 인사들의 러시아 정·관계, 경제계 인사들과 연계되면서 러시아의 영향력 행사는 '뉴노멀' 됐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누가 러시아와 연계됐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영국의 법률가나 회계사, 부동산 업자 등이 뜻하든 뜻하지 않든,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를 환대하며 그들의 자금을 받아들이고 영국 금융가를 이용해 자금 세탁해주며, 영국 기업과 정치권 인사들과 고위급 인사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제공해 준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 상원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러시아와 사업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기업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스파이 행위를 제한하고, 러시아 엘리트층의 불법적인 재원 문제를 다루기 위한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영향이 확인됐지만, 영국 정부는 당시 선거 개입이 국민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을 계획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200만원 간다" 증권가에서 의심하지 말라는 기업 ...
한편 러시아는 이 보고서와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영국은 물론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