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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문화도시가 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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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문화도시가 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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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동안 서구의 많은 도시들을 비롯해 한국의 많은 도시들도 모더니즘 도시계획의 영향을 받아 왔다. 많은 경우 사람이 아닌 비핵심적인 요소들이 창조적인 커뮤니티의 작동을 방해하고, 다양한 지역의 문화기반 이야기와 역사콘텐츠들이 사상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자율성'과 '다양성', '창의성'과 함께 문화적이고 포용적인 도시가 강조되는 지금의 정책기조와는 배치된다.


이러한 행태를 반성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화도시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1차 문화도시로 경기 부천시, 강원 원주시 등 7곳을 지정하고 앞으로 5년간 도시별 특성에 따라 최대 100억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서는 2022년까지 30여 개 문화도시를 선정할 계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발상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고 있으며 도시별로 경쟁이 과열되는가 하면 관광거점도시와 유사하게 문화거점도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5년간 100억원으로 제대로 된 문화도시가 나올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또 분별력 없이 문화도시로 선정되면 그 의미와 희소성 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도시 정책의 벤치마킹 요소로 고려된 유럽문화수도 사업의 경우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공유하는 예술적 운동과 스타일, 문화활동 참여와 문화협력, 창조적 활동과 일반 대중의 참여, 타문화와 교류의 촉진, 문화생활 영위와 사회발전 기여도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도시 정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에 대한 몇 가지 고려사항을 살펴보자면 첫째,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자생력을 키우는 사업들을 고민해야 한다. 지자체 장이 바뀔 때마다 방향성이 바뀌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둘째,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문화적 특성이 두드러져야 하며 지역의 문화와 역사, 유산에 기반한 인문학적 자산과 주민들이 충분히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셋째, 문화도시 사업의 지향점과 수혜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인지도 증가 등 사업의 효과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고려해야 한다. 넷째, '참여'와 '소통'이 되어야 하며 협치구조가 잘 드러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화도시 사업의 성과는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책정한 목표에 따른 달성도가 주가 되어야 하며, 이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삶의 질, 공동체 완성, 매출의 증대 등 지역의 여건에 따라 평가지표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향식으로 스스로 과정을 중심으로 점검해나갈 수 있는 절대평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문화도시를 만든다고 할 때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그저 빌딩을 짓고 상업 지구를 조성하며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이는 형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그 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들을 운용하면서, 커뮤니티가 연결되고, 시민 담론이 일어나는 사회적 만남이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보통 '사람'들의 존재감이 상실되지 않도록, 그들이 거주하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보존하는 것이 요즘 시대에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 프로그램으로 박제화된 문화도시를 생산해내며 예산 분배에 집중할 때 원래 의도했던 목표들이 사라지고, 허상만 남게 될지 않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법정도시로 지정할 때의 중요성만큼, 철학과 방향성에 대한 재점검이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이병민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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