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대형마트만 겨누는 역차별 시정 필요
AD
원본보기 아이콘

우리 경제의 '큰 핏줄'인 대형 오프라인 유통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온라인 쇼핑시장의 급성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직격탄을 안겼지만 2010년 이후 도입된 유통 규제 탓이 더 크다. 대형마트 매출은 2012년 37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2조4000억원으로 14% 감소하며 같은 기간 소매업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했다.


대형마트업계는 생존을 위해 비수익 매장 구조조정과 무급휴직 실시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역 경제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 이렇듯 대형마트의 일부 점포가 폐점으로 내몰리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형국이지만,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규제만 부르짖고 있다. 21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정부도 대형 유통에 대한 출점 제한과 영업 규제 규정의 존속 기한을 2023년 11월까지 연장하는 법안 개정 작업에 나섰다. 여당은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형 유통이 단지 '크다'라는 이유만으로 '원죄'를 감내하고 기약 없는 차별적인 규제를 적용받아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대형마트 규제로 얻고자 하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가 설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보호라는 추상적인 구호만으로는 안 되고 전통시장 보호 목표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수치로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만 매년 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고, 목표가 달성된 경우에는 대형마트 규제를 지체 없이 해제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마트 규제 기간 연장이 명확한 정책 목표와 목표 달성 여부 평가 없이 논의돼서는 안 된다.


둘째, 규제와 보호 간의 인과관계 문제다. 유통산업의 주도권이 이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인과관계가 상실됐다. 혹자는 대형마트 규제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전통시장 보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유통 규제는 심리적 효과만 있을 뿐 실질적 효과는 미미했다. 중소기업학회 연구에 따르면 규제 도입 후 대형마트 매출 비중이 2013년 59.7%에서 2018년 51.2%로 줄었는데 연 매출 5억원 미만 소상공인의 매출 비중도 5.7%에서 5.3%로 감소했다.

셋째, 대형마트가 감내해야 하는 규제의 정도에 관한 것이다. 전통시장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대형마트가 점포 축소 또는 부도 위기로까지 몰려도 규제를 계속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대형마트 위기 상황에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대형마트의 생존과 최소한의 성장을 보장해줘야 한다.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거나, 심야 영업 시간대에는 배송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규제에도 유연함이 필요하다. 10여년 전에 도입된 유통 규제가 현재의 변화된 산업 여건에서도 그대로 유효할 수는 없다. 유통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대형마트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규제의 칼날이 여전히 대형마트만을 겨누는 역차별은 시정돼야 한다. 유통산업의 공정 경쟁 회복과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유통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규제는 꼭 필요할 때, 최소한의 양과 정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하자.

AD

임재국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