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해외주식투자, 단기외채 급증 경계해야
내국인(거주자)들의 해외주식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4월 동안 155억달러(약18조8000억원) 이상의 돈이 주식투자를 통해 해외로 나갔다. 같은 기간 외국인(비거주자) 투자자는 국내주식을 154억달러 이상 매각했다.
일정기간동안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거래를 보여주는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거주자 해외주식투자는 지난 2017년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를 앞질렀다. 2018년부터는 거주자가 취득한 해외자산 가운데 가장 큰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6%에 이르는 428억달러(약51조9370억원)가 해외주식투자금으로 나갔다. 통념과 달리 2001-2019년까지 19년간 내국인 해외주식투자액은 2702억달러(약327조8870억원)에 이르며 외국인 국내주식투자액(520억달러)의 5배가 넘는다.
특정시점 거주자의 대외자산과 대외부채현황을 보여주는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대외자산 중 해외주식은 2000년 말 10억달러에서 2019년 말 3447억달러로 늘었다. 19년간 3437억달러가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동안 투자액(2702억달러)을 차감한 735억달러는 평가차익이다.
한편 우리나라 대외부채 가운데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은 어떨까. 2000년 말 405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4975억달러로 늘었다. 19년간 순유입된 520억달러를 차감하면 평가차익은 무려 4050억달러에 이른다. 요약하면 외국인은 적은 투자금이지만 잘 굴려 많은 수익을 냈고, 내국인은 해외주식에 열심히 투자했으나 외국인처럼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미국(42% 이상)은 외국인 중 가장 많은 국내 상장주식을 보유한 나라다. 글로벌 경제의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팔아 경상수지 적자로 유출된 달러를 사들이고, 다시 위험자산인 해외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어들인다. 즉 미국은 안전자산(미 국채)을 수출하고 대신 위험자산(해외주식)을 수입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미국을 '세계의 벤처자본가'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면서 자본흐름의 패턴에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의 대외부채에서 차지하는 부채성증권(2019년 9조5000억달러)의 비중(2019년 31.7%)은 줄어들고, 대신 주식(9조3000억달러)의 비중(24.1%)이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외주식투자 활성화 추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자본의 교차거래는 세계주가의 동조화를 일으켰다. 내국인 해외주식투자와 외국인 국내주식투자 평가이익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0.89)가 나타났다. 미국(0.86)도 마찬가지인 것은 동조화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그러므로 내국인 해외주식투자는 위험의 다변화보다는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아마존, 애플 등 기술주(성장주)와 같이 높은 수익률을 좇는 데 중요한 동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민경제측면에서 해외주식투자금이 어떤 경로로 조달되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달러화가 우리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1~4월의 국제수지 통계내역을 보건대 해외주식투자(155억달러)는 사실상 외채(502억달러)를 빌려 일어났다. 레버리지 투자가 처음은 아니다. 2007년 내국인 해외주식투자(526억달러)도 외채(1134억달러)로 조달했다. 이같은 투자금의 환헤징은 외채가 더 늘어나는 기술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듬해 우리경제는 단기외채증가에 따른 달러화 유동성위기로 내몰렸다. 원화의 국제화가 미흡한 상황에서 외채를 빌려 해외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자칫 국민경제가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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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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