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직장이 평생 직장으로" 코로나19로 발 묶인 직장인
직장인 5명 중 3명 "코로나19로 이직 계획 변동"
전문가 "코로나19로 '안정적 환경' 중요해졌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이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씨는 두 달 전부터 이직을 마음먹었으나,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회사를 쉽사리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직장 상사와 지속적인 갈등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부모님께도 말씀드려놨는데, 지금 당장 이직할만한 일자리가 없더라"라며 "부모님도 '조금만 더 버텨봐라'고 말씀하신다. 코로나19때문에 마음대로 이직도 못 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이직을 결심했던 직장인들의 발목이 묶였다. 과거만큼 채용 기회가 많지 않아 이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직장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1개월 차 직장인 이모(25)씨는 "5월 초에 회사에 입사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들었던 시기에 취직해서 처음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야근이 너무 많아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퇴사를 몇 번이나 결심했는데도 쉽게 사직서를 낼 수 없더라"고 털어놨다.
직장인 5명 중 3명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직 계획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이직 의사가 있는 직장인 4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4%가 '코로나19로 인해 이직 계획에 변동이 생겼다'고 답했다. 이 중 61%는 '계획보다 이직을 미루게 됐다'고 답했다.
이직을 미루거나 포기한 직장인들은 그 이유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52.1%)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기 힘들 것 같아서(44.7%) ▲현재는 이직보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 버텨야 하는 시기 같아서(35.6%) ▲이직 경쟁률이 너무 치열할 것 같아서(11.9%) 등을 꼽았다.
광고업에 종사하는 6개월 차 직장인 최모(26)씨도 이직을 포기했다. 그는 "업종 자체가 나랑 맞지 않아서 계속 이직을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당장 퇴사하고 바로 이직할 자신이 없다"면서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무작정 퇴사하기에는 언제 다시 취직될지 모르고, 부모님께도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가 거세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0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 수는 127만8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3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도 4월보다 0.5%포인트 상승한 4.5%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이렇다 보니 부모들은 자녀가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길 희망하고 있다. 두 자녀를 둔 강모(55)씨는 "이직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게 부모 마음이다. 요즘 코로나19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지금은 어찌 됐든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때"라며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으로 다녔으면 좋겠다는 게 부모 마음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로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젊은 세대 또한 모험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한 직장에서 오래 머무르는 '평생직장' 개념이 확고했다. 그렇기에 이들은 직장을 이직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반면 젊은 세대는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자신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거나 다른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받으면 바로 이직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이어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젊은 세대 또한 한곳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높아졌다. 즉, 현상을 기존과 같이 유지하려는 심리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