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여론 도마 오른 '한미 워킹그룹'…무용론·해체론 급부상
북한 강경행보 속 '한미 워킹그룹' 걸림돌 평가
여권 내에서 무용론 목소리 높아져…출범 초기부터 우려 목소리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전격 방미…방미 결과에 이목 집중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지난 2018년 11월 20일 남북협력과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출범한 한미 협의체 '한미 워킹그룹'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촉진 역할을 기대했던 협의체가 되레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여권 내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북한이 남북 화해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무용론,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미 워킹그룹은 한국 측에서는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를 중심으로 사안에 따라 국방부가 참석한다.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사 등이 참석해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한미 워킹그룹의 역할과 성격에 대한 우려는 출범 초기부터 있었다. 2007년 남·북·미·중·러·일 등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북·일 관계 정상화 ▲에너지 경제 지원 ▲동북아시아 안보 협력 등 5개 워킹그룹을 구성했지만 북한 핵시설과 관련한 검증시기와 방법, 대상 등을 둘러싼 6자 사이의 갈등으로 6자회담이 결렬되는 실패의 기억이 있는데다 출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우려를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 워킹그룹 출범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관계 개선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비핵화와 남북관계를 나란히 병렬로 진전시켜야할 과정으로 보고 있고, 워킹그룹은 이 방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신 커진 ‘한미 워킹그룹’, 韓정부 행보엔 잇따라 견제구
출범 당시 한미 워킹그룹에 쏠렸던 기대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신으로 바뀌었다. 성과 없이 끝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한미 워킹그룹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구현하기 위한 조치는 고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인도적 지원도 결정하지 못했다. 미 행정부는 한국이 남북 협력사업 추진 의사를 내비치면, 비핵화와 박자를 맞추고 한미 실무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내며 압박하기 일쑤였다.
실제 정부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차원의 방북과 의약품의 인도적 지원도 운반용 트럭이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한미 워킹그룹 논의 대상에 올랐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마저 미국과 제재 위반 여부를 논의하느라 예상보다 지연됐다.
지난 1월4일 나온 문재인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한 주한 미국대사의 언급으로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7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접경지역 협력 ▲남북 스포츠 교류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공동 등재 ▲6·15 김정은 위원장 답방 여건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는 4.27남북정상회담과 9.19평양남북정상담의 성과를 북미관계와 한미 워킹그룹에만 맡겨서는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청와대의 의지라는 안팎의 분석이 뒤따랐다.
이에 이례적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대통령의 신년사 내용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해리스 대사는 외신기자 서울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이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남북 협력을 위한 어떤 계획도 미국과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북한 개별관광 추진 의지에 대해서도 해리스 대사는 “워싱턴과 서울이 서로 긴밀하게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해리스 대사는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남북관계의 성공과 함께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기 원한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 등과 같은 사업은 미국과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한국 정부는 불쾌감을 표했고 미 국무부는 해리스 대사를 두둔했다. 해리스 대사 발언 직후 청와대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통일부 등 관계부처는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 운신의 폭을 넓혀 독자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진전시키겠다는 입장”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해리스 대사를 두둔하면서 한미 워킹그룹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무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해리스 대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서 미국은 남북 협력을 지지하며 남북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잠재 돼있었던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남북화해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처참하게 폭파되는 등 북한의 최근 강경행보로 비판의 목소리는 범여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남북관계 악순환 고리 시작, 한미 워킹그룹 ‘무용론’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 정부는 남북협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엔 제재에 저촉되는 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한미 워킹그룹이 제재 면제 문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애써 긍정적 의미를 부여해왔다.
그러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비무장지대 GP(감시초소) 복원, 서해북방한계선(NLL) 일대 등에서 군사훈련 재개 등을 예고한 북한의 강경행보로 긍정적 의미부여가 무색해진 상황이 됐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실질적 경제협력이라든지 남북간 여러가지 합의사항이 있었지만 그런 조치들이 한미워킹그룹에 다 막혀있다"라며 "이것은 불필요한 규제"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게 UN대북제재위원회에서도 통과할 수 있는 내용조차도 워킹그룹에 막혀 있다. 사실상 옥상옥으로 돼 있는 워킹그룹 구조 문제를 정리할 때"라며 "미국을 설득해서 북한 군사적 전용이 되지 않는 부분이라면 실질적 경제협력조치 같은 경우는 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도 이 부분에 대해서 전향적 판단이 입장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지난 16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워킹그룹이 본연 취지와 다르게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남북관계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상황이라 그 지점을 외교부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민주평통 공동 주최로 열린 '2020년 한반도 신경제포럼'에서 "긴밀한 한미 간 협력이라는 명분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를 상대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 요즘 북한이 쏟아내고 있는 불평"이라고 분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특히 김연철 통일부 장관 사의 표명과 관련해 “한미워킹그룹의 장벽을 넘지 못한 고충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사건건 벽에 부딪히니까 좌절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5개월만에 방미 나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한반도 위기 극복 실마리 찾을까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현지시간) 전격 방미했다. 이 본부장은 미국 측 대화 파트너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 등을 만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더욱 긴밀한 한미 공조 체제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지난 1월 이후 비대면 협의만 진행해왔다. 공식 일정은 4월28일 비건 부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등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연일 강경 행보를 이어가면서 남북 관계가 파탄 상황에 빠져들자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해 급하게 방미 일정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북한의 강경 행보 의도와 이와 관련한 대응책을 조율할 전망이다. 오는 11월 미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돌파하기 위한 북ㆍ미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8년 11월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책임론이 국내에서 부상한 가운데 효과적인 워킹그룹 회의 방안 등에 대해서도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대북 특사뿐만 아니라 대미 특사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실무 책임자 방미는 당연하고 적절한 수순"이라면서 "앞으로 대화 국면 유도와 전환을 위해 필요한 대북 카드와 접근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북한에도 한미가 논의를 시작했다는 모습을 보여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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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9일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미·일 협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을 방문 중인 이도훈 본부장이 "정세가 긴박해지고 있다고 호소해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양해하도록 미국 설득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응하지 않고 있어 미국은 제재 완화에는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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