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온 "서울 불바다" 무력도발로 이어지나
김영삼 정부때 등장한 파국상징
연일 말폭탄…위협강도 높여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아요." "아니, 지금…." "송 선생도 아마 살아나기 어려울 게요."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1994년 3월19일 김영삼 정부 시절 남북은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현안을 두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실무대표 회담에는 남측 대표로 송영대 전 통일원 차관, 북측 대표로는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차관급)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북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폭언을 한 것이다.
이후 이 발언은 남북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등장하는 '파국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자 수도권 주민들은 큰 공포에 떨었다. 공포심은 '생필품 사재기' 대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백화점 내 식품관에 주부들이 몰려들어 2시간 이상 대기하면서 생필품을 쓸어가는 현상이 사흘간 전개된 것이다.
북한이 다시 '서울 불바다설'을 꺼내 들며 남한에 대한 위협을 거칠게 이어가고 있다. 남북 화해의 상징이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최악의 상황인 9ㆍ19 남북군사합의서를 사실상 파기하겠다는 의지를 공연하게 드러내면서 위협의 강도를 계속 높이는 상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통일부와 국방부를 향해 "파렴치한 추태의 극치"라면서 "입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하여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져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김여정 담화' 이후 본격화된 남북 관계 파탄 조치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무력 도발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언급한 뒷배는 핵심 전력 중의 하나인 장사정포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북측에 배치한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 등의 장사정포는 청와대와 정부 청사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자랑하는 전략자산으로 분류된다. 북한이 유사시 장사정포를 일제히 쏠 경우 패트리엇 등 요격미사일 방어 체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과거 북한을 선제공격하려고 준비했다가도 막판에 취소한 것은 북한 장사정포의 공격으로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북한은 처참하게 무너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을 그대로 주민들에게 공개하며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행보도 이어갔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면 톱으로 '북남(남북) 관계 총파산의 불길한 전주곡 북남공동연락사무소 완전 파괴'라는 제목과 함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순간을 촬영한 6장의 고화질 컬러 사진을 실었다.
아울러 노동신문은 한 면을 모두 할애해 대남 비난을 쏟아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담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담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재차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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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전후 고화질 사진을 신속하게 내보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김여정 담화, 통신연락선 차단 등의 보복 조치가 잇따랐지만 이번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조치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분기점에 직면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등 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한 17일 경기 파주 통일대교에서 군인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파주=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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