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등록금 환불' 교육부의 말 바꾸기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대학 등록금을 환불해야 한다면 그 결정은 누가 하는 것일까. 우선적으로 대학일 것인데, 정부가 조정하거나 관여해야 한다면 소관 부처는 어디일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일단 교육부는 아닌 것 같다. 이 정책은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그리고 국회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등록금 환불 논의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교육부에 내리며 본격화 됐다. 그 전까지 부정적 입장이던 교육부는 이 말 한 마디에 "총리 말씀 취지에 맞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물론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정부가 대학에 주는 '혁신지원사업비'의 집행 기준을 완화해 이를 특별장학금 형태로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었다. 일종의 우회적 등록금 환불 지원이다. 그러나 해당 예산이 3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일부 삭감되면서 교육부는 다시 말을 바꾸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혁신사업 취지와 목적을 고려해 볼 때 혁신지원사업비를 특별장학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어렵다"고 했다. 더욱이 교육부가 '코로나19 대학 긴급 지원금' 명목으로 편성을 요청했던 예산 1951억원도 추경안에 담기지 않으면서 교육부는 체면을 다시 구겼다.
그러는 사이 건국대가 2학기 등록금을 일부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하고, 연이어 정 총리 발언과 국회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등록금 환불 논의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론을 주도하지 못한 교육부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국회가 추경 예산을 원래대로 포함시켜주길 그저 기다리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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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기재부를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등록금 고민 없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아르바이트나 대출로 등록금을 내는 대학생도 적지 않다. 이들의 처지를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해 관철시키는 일은 기재부가 아니라 교육부 역할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 대출 금액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대한민국에 부총리는 단 2명뿐이다. 2014년 개편된 부총리직은 기재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각각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로 임명된다. 비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사회부총리가 이제는 존재감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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