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5개월 남았는데…말발 안먹히는 트럼프
反LGBT 성향 트럼프…연방 대법, 성수소자 권리 옹호 판결에 타격
법원 보수화했지만 진보적 판결…대법관의 반란
대선 유세 재개 장소인 털사에선 유세 재조정 요구
미국인 매우 자랑스럽다 63% 불과‥2001년 이후 최저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정현진 기자] 대선까지 5개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단 태클에 자존심을 구겼다. 자신이 보수성향으로 구성한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의 해고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보적 판결을 내놓은 데 이어 미국인들의 나라 사랑도 1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은 이날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 제7조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도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은 인종과 피부색, 국적과 종교뿐 아니라 성별에 근거해 고용주가 직원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소위 LGBT(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트랜스젠더)로 불리는 성 소수자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판결 내용도 파격이지만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성향 대법관의 변심이다. 이번 판결에 대법관 6명이 찬성을, 3명이 반대 의견을 냈는데 닐 고서치 대법관의 찬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로 보수성향이 짙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는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동성애자 또는 트렌스젠더임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고용주는 다른 성별의 직원들에게는 묻지 않았을 특성이나 행위를 이유로 그 사람을 해고한다"며 "정확히 민권법 제7조가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을 임명했다.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미 대법원은 5대 4로 보수가 진보에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에는 보수진영에서 2명이나 이탈표가 나왔다. 고서치 대법관 외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명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다른 세 명의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성별로 인한 차별의 개념은 성적 성향이나 성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과 다르다"며 반대 의견을 주장했지만 판결을 거스를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결에 대해 "놀라운 판결이다. 이제 이 판결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조심스러우면서도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성적 소수자 권리 운동에 반대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지명한 대법관에 의해 난관에 처했음은 물론 대선에서도 도전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난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오는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대선 유세를 재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만명이 참가를 신청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의회 매체 더 힐에 따르면 털사 지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며 일정 재조정을 촉구해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의 미국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심도 추락 중이다. 이날 여론 조사기관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3%가 미국인이라는 것이 '극히(extremely)' 또는 '매우(very)' 자랑스럽다고 응답했다. '극히' 또는 '매우' 자랑스럽다는 답변은 지난해 조사(70%)보다 7%포인트 급감한 것으로, 여론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이 보건ㆍ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잇따르는 상황이 미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줄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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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은 실망스러웠다. 독일 여론 조사기관인 달리아리서치가 지난 4월20일부터 이달 3일까지 53개국 내 12만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코로나19 대응을 놓고 미국이 잘했다는 답변은 34%로, 중국(62%)의 절반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00만명을 넘어섰고 2차 확산 우려까지 커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당국의 조언을 듣기보다는 경제활동 재개만을 고집하자 전 세계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리더십에 세계가 깊은 불만족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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