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혁명]기업 10곳 중 6곳 "재택근무 도입 땐 주 52시간제 변화 필요"
기업들 "일의 틀 바꾸려면 법·제도 변화 병행해야"
언택트 산업, 제도 변화 없으면 기술 발전해도 과거로 회귀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5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A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갑자기 시행한 재택근무제 관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직원들의 근태관리와 휴게시간은 어떻게 정해야 할지, 야근 수당과 인사 평가, 산재 범위 산정, 정보유출 등 민감한 사안을 교통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업규칙 변경을 위해선 노동조합과 협의해야 하는데 이 과정도 만만치 않다. 담당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일단 재택근무를 시작했지만 장기적 도입을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며 "일단 노조와 논의할 초안을 만드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계기 기업 근무 형태 및 인식 조사'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6곳(61.3%)이 재택근무제 도입 시 현행 주 52시간 근무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가 유연한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지만 현장에선 세부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현행법상 일하는 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제도는 선택ㆍ탄력근로제 등으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일하는 '장소'를 유연하게 하는 재택근무제에 대한 법적 근거나 명시적 규정은 없다. 대신 기업들은 재량근로제의 하나인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를 포괄적으로 적용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재택근무 내용이 포함됐지만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언제든지 분쟁의 소지는 남아 있다. 또 취업규칙 변경을 위해선 노사 간 합의 또는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구체적 조건을 맞추고 인사 평가 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기업 담당자들은 토로한다. 노사 합의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을 변경했더라도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이면 불법으로 간주한다.
업무시간에 자율성을 부여한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도 늘고 있으나 제도 안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설문 결과에서 150개 기업 중 62개(42.2%)가 주 4일 근무제를 단기 혹은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 보면 ICT 회사의 도입 가능성이 4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금융(42.5%)과 산업(40%)이 뒤를 이었다.
주 4일 근무를 위해서는 근로자가 스스로 업무 시간을 정하는 '선택근로제'를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현행 선택근로제의 산정 기간이 최대 1개월로 짧게 설정돼 있어 현장에서는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2~3개월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 업무를 맡는 연구개발(R&D), 금융 IB 업종 등의 경우 한 달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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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유연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ㆍ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대면(언택트) 기술 및 인프라 발전 속도를 법적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른 시일 내에 기술과 제도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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