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후배들아, 국민 위한 일이라면 사표 던질 각오는 해야지"
진념이 공직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공직자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궁극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되면 눈치 보지 말고 밀어붙일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꺾이면 사표를 던진다는 강단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후배들은 그게 없어 안타깝다."
후배 공무원들에 대한 진념 전 경제부총리의 당부다. 이는 공직자를 넘어 우리 사회의 젊은 사람들에 대한 애정 어린 질책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도 수습사무관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후배들을 만난다. 지난해엔 후배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고자 1990년대생 신입사원들과 교류하며 겪은 일을 담은 책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후배들을 만났다.
그가 후배들을 만날 때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소신'의 중요성이다. 그는 "힘든 시험을 통과해 임용된 후배들을 보면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아진다"며 "'공직자가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기보다 '워라밸'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워라밸을 위하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 전 부총리는 "내가 4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적어도 5번 이상은 쫓겨날 뻔했는데 모두 소신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차관이 뭐라고 해도 당당하게 얘기했는데 요즘엔 그런 문화 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진 전 부총리는 1963년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기획원 기획국 사무관으로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나라 살림도 급속히 커질 때로, 사무관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는 데 길어도 5~6년이면 됐다. 하지만 그는 남들보다 2~3년 늦게 과장이 됐다. 중요 보직인 물가과장이 된 기쁨은 잠시였다. 당시는 2차 석유 파동 직후로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시멘트 가격을 결정했다. 진 전 부총리는 "해외 차관에 대한 원리금 상환과 수송비, 시설 감가상각 등을 따져 시멘트 가격을 산정했는데 너무 낮다고 윗선의 질책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를 고수했다"면서 "결국 경제기획원 말단 과장인 자금기획과장으로 쫓겨났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선정을 놓고 벌어진 논란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진 전 부총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초 소득 하위 70%에만 지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며 "끝까지 70% 지급을 고수했다면 사표를 던져서라도 이를 관철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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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무원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없는 환경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진 전 부총리는 "요새는 공무원이 신념, 소신을 가지면 오래갈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건 본인도 문제이지만 공무원이 헌신해도 존중하지 않는 상황도 문제"라면서 "공직자가 당당하게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믿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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