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교수(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한국위원회 위원장)

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교수(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한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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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020년, 우리의 봄은 침묵의 봄이었다. 약 50년 전 레이철 카슨은 염화탄소계 살충제 등 화합물로 생명이 사라지는 봄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우리의 봄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치명적으로 고요했다. 여느 해처럼 나뭇잎은 싱그러웠고 봄꽃도 흐드러졌지만, 봄이 깊어지도록 옷장에는 겨울옷이 걸려 있고 우리는 외출을 삼갔다. 지속 가능한 일상의 중요성과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요인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성찰하게 되는 봄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해진 이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환경에 대한 인간의 간섭과 영향을 제시한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접촉하는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도 며칠 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같은 병의 발생을 기후 변화와 긴밀히 연계했다. 기후 변화에 기인한 생태계 변화가 신종 바이러스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단기적 해법으로는 기후 변화 및 환경에 관한 법적ㆍ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해법은 교육을 통해 환경 소양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후 변화 위기와 관련해 결석 시위를 진행한 국내외의 많은 청소년이 기성세대에게 간절히 요구한 것도 바로 기후 변화와 환경에 대해 제대로 교육해달라는 것이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이를 늦추기 위해 정부와 기업, 사회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환경학습권을 보장해달라는, 그리하여 헌법에 보장된 좋은 환경에서 지속 가능하게 살 권리를 충족해달라는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 교육의 실제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환경부에서 집행하는 환경 교육 예산은 연 127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민 1인당 300원도 채 안 되는 금액이다. 경제 선진국 10위권에 드는 우리나라에서 1인당 300원도 채 안 되는 환경 교육 예산이라니 말이 되는가? 환경 교육 예산을 대폭 늘리고 환경교육진흥법을 개정해 사회와 학교에서의 환경 교육이 강화될 기반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사회에서는 생애주기를 고려한 환경 교육이 실시되도록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는 실제로 환경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교육과정에 환경 교육적 요소를 강화하고, 각 교과에 분절된 환경 관련 내용도 의미 있는 방식으로 통합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의 환경 교육적 소양도 증진해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환경부만의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교육부가 환경 교육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환경 교육을 통해 고교학점제 등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저절로 얻을 수도 있다. 다른 부처에서도 동참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 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한다면 더욱더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보건, 안전, 기후 변화, 생태계, 형평성, 경제 등 여러 영역의 통합과 혁신적인 교수 학습적 접근을 통해 교육의 질을 증진하고, 역량을 갖춘 시민을 길러낼 수 있다. 마침 정부가 그린 뉴딜을 제안하고 이를 의미 있게 수행하는 방법을 탐색하면서, 한국형 뉴딜에 포함시킬지 고민하는 시점이다. 그린 뉴딜에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통합적 환경 교육에 관한 내용을 중요한 화두로 포함하고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지난봄 내내 침묵하면서 생각만 하던 것들을 이제 실행으로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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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교수(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한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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