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통행금지 명령 무색, 밤새 이어지는 약탈
필라델피아 50군데 털려…피해액 400만달러 추산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이현우 기자] 미국 내 인종 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한인 사회의 피해도 커진다. 뉴욕에서도 첫 한인 상점 피해가 보고됐다. 미 전역에서 치안력 공백이 심해지면서 1992년의 로스앤젤레스 폭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각지 교민들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된 한인 상점 피해는 LA, 필라델피아, 애틀란타 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피해가 접수된 필라델피아에서는 미용용품, 휴대전화, 약국 등 50개 안팎의 한인 점포가 항의 시위대의 약탈 공격을 받았다. 필라델피아 한인 피해 규모는 300만~400만달러로 추산됐다. 이 지역에는 약 7만명의 교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민들은 치안 공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인이 소유한 필라델피아의 대형 상가는 4~5시간 새 모두 털렸다. 하지만 경찰은 수차례 신고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야간 통행금지 명령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약탈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약탈범들은 길가에 트럭을 세우고 박스째 물건을 실어가기도 했다.
시카고 지역 매체인 CBS 시카고에서는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에서 피해를 당한 김학동씨의 사연이 보도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김씨는 자신의 상점에 있었지만 약탈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워싱턴DC에서도 백악관 인근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주류점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LA 폭동 당시 피해가 크던 LA 한인타운에는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이 전격 투입된 상태다. 주 방위군 병력은 전날 오후 웨스트 올림픽대로에 위치한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를 비롯해 3~4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계에 들어갔다. 주 방위군은 항의 시위 사태가 끝날 때까지 LA 경찰과 함께 한인타운에 주둔하면서 폭동 사태의 재현을 막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LA에 이어 미국 내 교민 수가 많은 뉴욕에서도 첫 피해 사례가 나왔다. 이날 브롱크스에서 한인 상점 1곳이 화재 피해를 당해 이 지역 교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시위가 확대되고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겹쳐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박광민 뉴욕한인직능단체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위대가 마스크와 얼굴을 가린 상황이라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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