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미·중 신냉전시대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시대, 한반도 안보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미·중 전략경쟁 구도가 코로나19와 맞물리며 미국이 '신냉전' 구도를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위기 돌파, 대선 지지 확보 차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공세가 거칠다. 여기에 남중국해, 대만 및 홍콩 문제 등을 놓고 외교적 대치, 군사적 긴장 등 첨예한 전략적 대립각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형세는 북·미 협상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코로나19 통제 수준, 미국 경제 상황이 대선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북·미 협상의 미래는 이 결과에 달려 있다. 미국 민주당은 코로나19, 인종차별, 경제 상황, 대북정책 등에서 비판 수위를 높일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전략무기 실험이 감행되는 것이다. 미국 내 대북 불신이 정점에 달하고 강경한 대북접근으로의 전환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전략적 셈법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의 대미 접근에서 변화 기류가 발견된다.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이전에는 비핵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의 변화다. 하노이 이전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면 부분적 비핵화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에서 한층 높아진 '문턱'이다. 지난해 말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지속'을 노선으로 정하더니 지난 5월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선 '핵전쟁억제력' 강화, '전략무력 격동상태 유지'의 방침을 내놓았다.
외무성 '대미협상국' 신설을 공개하고 대미협상 실무 파트너인 최선희 제1부상의 건재를 통해 북·미 협상 지속의사는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미 협상파와 전략무기 개발파 및 군부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을 일단 취하고 있다. 미국 대선 전까지는 대미협상과 전략무기 개발 사이의 과도적 균형을 유지한다는 셈법이다. 그동안 단거리급 신종 무기 및 대공미사일 개발 공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과정 공개 등이 있을 수 있다. 사실상 한반도 정세 불확실성의 '안전망'이 없는 상태다.
코로나19 국면의 정세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K방역을 통해 보여준 한국 정부의 '국가능력'을 과감한 남북 주도의 평화프로세스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동맹이나 외교관계에 의존하는 남북관계 접근에서 한국 및 남북합의 주도의 접근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지정학적 특수성, 냉전과 분단의 구조화, 신냉전 구도 등을 감안하면 기존의 군사중심적 절대안보, 대북 선비핵화 요구, 북·미 협상 등에만 의존하는 평화프로세스는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나 비핵화에 종속된 위상으로 보지 않고 남북한 사이의 '상호안전보장'이란 차원에서 접근하는 과감한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반도형 협력안보' 구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는 '상호안전보장' 차원에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며, 협력적으로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핵무기 및 재래식 무기의 단계적 군비통제(군축)와 비군사분야에서의 협력 아이템을 상호 촉진적으로 연계하는 구상이다.
'완전한 비핵화'의 선행보다는 점진적으로 핵위협을 포함한 전반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고 평화체제의 제반 조건을 만들어가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한반도의 안전, 남북한 공존을 위한 안전, 민족공동체의 안전을 중심에 놓는 접근이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남북한 사이 '상호안전보장'을 재환기하며 군사회담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이제 본질을 피한 채 지엽적 교류협력 제안만으로 우리의 역할을 애써 왜소화하는 축소지향적 남북관계 접근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 리더십'을 평화프로세스의 국제적 지지로 전환하는 체계적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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