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연예술계가 사상 유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는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올해 1분기 매출이 70~100% 하락하고 지난 4개월 동안 수입이 '0원'인 종사자가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고 호소했을 정도다.
물론 당국은 예술인 저금리 대출, 긴급 지원자금 편성 등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등이 내놓은 지원 혹은 공모 사업은 내용이 서로 중복되거나 지원 대상이 모호하고 지원 자격을 제한한다든지 과거에 지원받은 문화예술인이나 단체가 다시 지원받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지원 사업을 자랑만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문화예술인 개인에 대한 직접적 피해 보상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대관료 지원 혜택은 결국 건물주에게 돌아간다. 문화예술인에게 직접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은 "코로나19 공연예술계 재난 지원을 예술가 당사자들이 당장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긴급으로 직접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몇 달 동안 내놓은 대책이 "허울 좋은 저금리 융자사업 대출"이라며 이는 "현장과 동떨어진 지원"이라는 것이다.
상당수 문화예술인은 생계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갈구한다. 긴급 지원금은 이자가 낮지만 언젠가 갚아야 한다. 수입이 적은 대다수 문화예술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같은 기관에 소속된 단원들은 그나마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그러나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문화예술인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공연계 올스톱으로 문화예술인이 위기에 처한 것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일례로 그리스의 화가와 뮤지션, 배우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의 신타그마광장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 조치로 피해 보고 있다며 예술인 지원 촉구 시위를 벌였다.
이에 독일 같은 나라는 문화예술 창작자에게 3개월 최고 9000유로(약 1200만원)의 '즉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상환할 필요가 없는 이 지원금은 현금으로 즉시 지급된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일감이 끊긴 배우, 무용수, 무대 디자이너, 음악가 등 문화 종사자들에게 내년 8월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일본도 문화예술인 등 프리랜서 노동자 가운데 코로나19로 전년 동월 대비 수입이 50% 이상 감소한 이에게 개인당 최대 100만엔(약 1150만원)을 보조한다고 발표했다.
유동성 지원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이는 프리랜서 문화예술인들이다. 그러나 모두 먹고 살기 어려운 지금 같은 판국에 혼자 앓는 소리 한다는 핀잔이 두려워 이들은 냉가슴만 앓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속 기관들의 대응을 전체적으로 조정ㆍ관리해야 하는 문체부에 통일된 지원 시스템은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람문화가 바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문화패턴이 바뀐다는 뜻이다. 전시ㆍ공연 같은 현장 예술을 비접촉으로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 문화예술인을 위한 방송도 시급히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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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경험과 기반이 풍부한 문화예술인들만 차후에 살아남는다면 이는 결국 문화예술계의 다양성 토대, 더 나아가 창작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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