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환불 대신 동문 기부 장학금이 웬 말" 대학생들, 코로나19 대책에 '분통'
대학생 10명 중 9명 "대학, 등록금 환불해야"
일부 대학 "장학금 형태로 지급하겠다"…학생들 "실효성 없어"
해당 대학 관계자 "자세한 사안 말씀드리기 어려워"
전국의 대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면 강의 일정을 미루고 있어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등록금 환원을 요구하는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재난시국선언 모습. 사진은 기사 속 특정 표현 및 대학과 관계없음./사진=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서울의 한 대학 졸업생 A(29) 씨는 최근 자신이 졸업한 대학으로부터 받은 메일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해당 메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을 도와달라'는 내용의 모금 안내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빠듯하게 살고 있는데 이런 메일을 받으니 황당했다"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을 위해서 모금을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모금을 어떻게 어디에 쓸 것인지 등 자세한 설명조차 첨부하지 않아 의아했다. 실효성이 있는 대책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국의 대학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비롯된 코로나19 집단 감염 여파로 대면 강의 일정을 미루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 요청을 하고 있다. 대면 강의가 아닌 온라인 수업이므로, 그에 맞는 등록금을 납부 또는 환불을 해달라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 10명 중 9명은 등록금 환불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졸업생과 동문에 모금을 기부받아 장학금 형태로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들에게만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학생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코로나 대학생 119' 유룻 활동가는 "일부 대학이 재학생과 동문 등에게 장학금 모금 기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은 '등록금 전액 환불'과 같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대책이다"라며 "장학금은 소득 분위 등 지급 기준이 존재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한정된다는 점 등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 재학생과 휴학생 429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6.2%가 '1학기 등록금이 감액 또는 환불돼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에 정부와 대학은 1학기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특별장학금 등의 형식으로 일부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긴축 재정을 통해 최대한의 가용 재원을 확보하여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장학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대부분 대학의 총장께서 동의를 한 사안을 바탕으로 장학금 지급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여파로 대학들이 대면 수업 일정을 미루고 있어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대학이 '재학생 및 졸업생에게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워진 학생들을 위한 기부를 요구했다'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사용자가 올린 게시글./사진=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독자제공)
원본보기 아이콘문제는 장학금 등의 형태로 지급을 했을 때 생기는 형평성 및 실효성이다. 지난 6일 한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졸업한 학교에서 코로나19 극복 기부 메일이 왔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대학생들 학교 가지도 않는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하라고 메일이 왔다. 내가 돈이 어딨나. 졸업생한테까지 돈을 뜯어 가려고 하는 건가. (재학생들) 등록금 돌려주지도 않으면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대학에 다니고 있는 재학생과 졸업생은 대학 측으로부터 '코로나19 극복 생활장학금 모금' 안내 메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이용자 B 씨는 "등록금이나 돌려줄 것이지 이 시국, 이 시기에 모금이 말이 되나. 대체 어떤 기준으로 장학금 대상자를 선발해서 장학금을 줄 건지 설명조차 나와 있지 않다. 학생들이 모은 돈이 진짜 학생들에게 전달되긴 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졸업생 C 씨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이 걱정되면 등록금을 환불해주거나 대학 측에서 장학금을 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6일 한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작성자는 "졸업한 학교에서 코로나19 극복 기부 메일이 왔다"고 주장했다./사진=온라인 취업 커뮤니티 화면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모금을 바탕으로 한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힌 한 대학의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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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재학생에게 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 아니며 해당 메일은 졸업생과 교직원 등 동문께 메일을 보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워진 재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 모금을 부탁한 것"이라며 "장학금 지급 대상이나 지급 방법 등은 모금 규모에 따라 달라질 예정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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