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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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롤모델로 삼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처럼 오랜 오너 경영에서 벗어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집단지배구조 체제로 탈바꿈을 시도한다. 창업 3세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4세 승계 원칙을 무너뜨리면서다.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는 7일 "이 부회장의 발언의 핵심은 삼성은 별도의 계열 분리 없이 집단지배구조 체제로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공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를 중심으로 계열사를 나눠 분리해 나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은 셈이다. ▶관련기사 7면

또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도 "삼성은 그동안 그룹을 둘러싼 각종 문제를 놓고 발렌베리 가문을 벤치마킹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각계 전문가의 조언을 취합해왔다"면서 "오너 일가는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 경영은 실력 있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4세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힌 것은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입 의혹, 삼성SDS 일감 몰아주기, 승계 관련 뇌물 혐의 등 사회적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은 물론 스스로도 세습 경영의 고질적인 폐해로 인한 경영상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이 부회장은 전날 자청한 기자회견에서도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승계)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 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과 소유를 분리 하겠다고 나선 것은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혁신과 기술력을 토대로 한 차원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책임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재계는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 전 계열사에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 체제가 순차적으로 도입·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 일가 역시 별도의 분리 없이 함께 계열사를 소유, 주주로서 역할과 책임을 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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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를 좌우명으로 160년이 넘도록 가족 경영을 유지하면서도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발렌베리 가문을 모델로 삼아서다. 발렌베리 가문은 100여개 기업의 지분을 가문이 공동으로 소유한 재단을 통해 소유, 경영하고 있다. 소속 기업은 스웨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한다. 매출 총액은 스웨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순이익의 대부분을 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점도 특징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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