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등 정부 돈 이미 161조 풀었지만
"CP·회사채 직접 매입해야" 50%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26% 응답…양적완화 가능성도

대기업 무너지면 엄청난 파급효과
핀셋지원 필요 등 주장

[코로나 대변혁]"금융위기 수준 경제심각…정부, 돈 더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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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경제ㆍ금융ㆍ산업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시장엔 161조원이 넘는 돈이 공급됐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보다 경제 타격 정도가 크고,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되면서 앞으로 당분간 더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28일 아시아경제신문이 전문가 1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스트 코로나19 긴급진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4.47%(61명)가 '(정부 재정정책은) 아직 부족하며, 더 많은 재정을 동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인 만큼 더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재정정책이 '적절한 수준'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8.57%(32명)로 뒤를 이었다. 과잉 대응으로 인해 앞으로 재정에 대한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10.71%로 12명에 그쳤다.

27일 현재 정부와 한국은행이 코로나19에 대응해 푼 돈은 이미 161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는 1차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각각 11조7000억원, 9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또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으로 4조6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기업자금 공급, 회사채 및 단기자금 시장 안정화 지원, 주식시장 수요기반 확충 등 금융 지원에 135조1000억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은이 절반가량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한은은 이와 더불어 기준금리를 0.75%로 대폭 내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은에 대해서도 추가적 조치를 주문했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절반(50.0%ㆍ56명)이 '한은은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직접 매입 조치까지 내놔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로 부실해진 회사채와 CP를 매입하는 방안을 내놓은 만큼 한국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부와 한은, KDB산업은행 등은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해 회사채와 CP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더 내려야 한다는 응답도 25.89%(29명)에 달했다. 따라서 최근 새롭게 진용을 갖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 금통위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만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리면 실효하한(시장에선 0.5% 수준으로 파악)에 다다르는 만큼 향후 한은이 어떤 정책을 더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효하한까지 금리를 내린 후엔 전통적 의미의 양적완화(장기채권을 직접 매입해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것)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정부와 한은에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현 상황이 '전례 없는' 위기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79%(58명)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이라고 답했다. 1929년 대공황 수준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3.21%(26명)로 뒤를 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수준이 될 것이란 의견도 4.46%(5명)였다. 금융위기보다는 심각성이 큰데 대공황 수준은 아니라는 기타 답변도 있었다.


단 응답자들은 추가로 푼 돈이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을 풀되, 경기를 살리는 쪽으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핀셋 지원은 특히 기업 지원에 집중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이 무너지면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나다"며 "항공ㆍ정유 산업 등에 대한 추가 재정 및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무너지면서 투자 감소→고용 위축→가계소득 감소→경제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뉴딜 사업과 관련해선 "뉴딜은 소비가 위축됐을 때 쓰는 정책"이라며 "지금처럼 소비와 생산이 무너졌을 때는 기업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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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충격이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버퍼를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재원 마련에 있어 대부분을 적자국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며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비율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경우 중앙은행이 적자국채를 사주면 부도는 면할 수 있지만 주변통화국인 우리는 한은이 적자국채를 사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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