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속 돈 푼다는데…기업은 '돈가뭄'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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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우수연 기자, 장세희 기자]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인 A부품사는 인도와 미국, 체코 등에 해외법인을 내고 연 매출이 240억원에 이르는 기업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해외공장이 셧다운 기간을 늘리면서 운용자금 공급마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국내 금융기관에 긴급자금 지원 요청을 했지만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신용도 평가부터 집행까지 4주가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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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자동차는 물론 조선, 반도체 등 업종을 망라하고 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전례없는 실물경제 충격으로 신용시장이 경색되면서 회사채 발행이 얼어붙는 등 자금줄이 막혀 고사 위기에 내몰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정부가 5차에 걸친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수백 조원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들에게는 신용등급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날 선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금융권 및 재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 제외한 회사채 발행액은 2조69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1% 줄었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2.3% 감소한 것이다.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1월 6조8000억원 수준에서 2월 12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가 3월 5조1000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이달 들어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월에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 자금 지원을 대폭 늘렸다고는 하지만 회사채 발행조차 막힌 기업들은 실제적으로 와닿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나기원 르노삼성 수탁기업협의회 회장은 "현재 경남지역 2차 벤더사들은 다 죽겠다고 난리인데 정부 지원은 겨우 70억원이 내려왔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반면 신용등급이 괜찮은 기업들에게는 은행들이 돈 빌려서 막 쓰라고 하지만 C등급 기업들에게는 돈이 없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지원이 대기업으로만 흘러가는 것 아닌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B중소기업 대표는 "신용등급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코로나19로 과거 자금 수요가 없었던 대기업들조차도 최대한 대출을 쌓아놓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저금리로 유보금을 쌓아놓고 인수합병(M&A)은 다 해외에서 하기 때문에 해외로 이윤이 다 빠져나간다는 얘기도 많다"고 꼬집었다.

정부 측 얘기는 다르다. 현재 기업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업 대출 공급은 원활한 수준이고 회사채 시장에서도 우량 등급의 문제가 없다"면서 "비우량 등급의 경우에도 당장 문제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상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관여할 수 있지만 신용 위험이 큰 기업은 정부가 나서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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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비우량 회사채 등을 지원하기 위한 20조원 규모의 회사채 매입설립기구(SPV)는 정부가 출자하고 한은이 대출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SPV의 손실을 부담하는 방식인데 초기 출자 방식 등 구체적인 구조는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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