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부채비율·수출 실적' 등 핵심 사항만 점검…무역금융 보증심사 '1주일→2일' 단축
사상 최대인 316.3兆 지원 사실도 중요하지만…"수출기업 '적재적소' 자금조달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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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철강업체 A는 국내에서 가공한 철강을 유럽에 판 뒤 보통 90일 뒤 바이어에 대금 결제를 받아왔지만 90일의 외상기간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월평균 수출액이 10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로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을 해줬고 A사는 정부의 보증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수출채권을 곧바로 현금 회수한 덕분에 바이어에 외상기간 단축 요청을 하지 않고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이차전지소재업체 B는 단기수출보험을 통해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걱정 없이 베트남 등 신규 거래선 발굴에 전념할 수 있었다. 무역보험공사의 신용조사 서비스 덕분에 사전에 수입자의 신용도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B사는 매출의 90%를 중국 장기거래선에 의존하는 만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거래 상대로부터 대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큰 위기에 빠질 처지에 놓였었다.


정부는 앞으로 우리 수출기업이 이 같은 무역금융을 통해 제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1년간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기로 했다. 평균 1주일이 걸리던 심사 기간을 이틀 안으로 줄인다. 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때문에 무역금융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 기업이 수출에 지장을 받거나 흑자도산하는 사태가 벌어나지 않도록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9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기업의 '돈맥경화'를 풀어주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력 시장에도 코로나19가 퍼진 만큼 이달부터는 수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위기의식 때문이다. 성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생산업체 티로보틱스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성 장관과 이인호 무보 사장,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 등 정부 인사와 안승욱 티로보틱스 대표 및 임직원 등이 참석했다.


단순히 예산만 늘리는 게 아니라 기업이 '적재적소'에 자금을 쓸 수 있도록 돕는 데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각국의 해외수출신용기관(한국은 무보)들이 단순히 수출보험을 지원하기보다 수출 제작자금 대출 보증, 운전자금 등의 긴급 유동성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같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세계가 공급망 차질, 글로벌 수요 위축, 국제유가 급락 등이 겹친 복합위기에 빠진 만큼 기업이 일단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성 장관은 이날 무역금융 보증심사 패스트트랙을 1년간 적용하겠다고 새롭게 밝혔다. 체크리스트 심사를 도입하고 실시간 온라인 자동 한도를 책정한다. 그동안 수출기업은 무역금융 보증 서류 신청을 할 때 상호, 매출, 신용도, 휴폐업 여부, 관세청 통과 여부 등을 일일이 적어야 했고 당국은 항목별 평가에 며칠씩을 썼는데 이번에 싹 바꾸겠다고 알렸다.


산업부는 '업력, 부채비율, 수출 실적' 등의 핵심 항목 위주로 평가해 수출기업의 신청을 승인해줄 계획이다. 기존대로 서류를 들여다보면 최대 일주일이 걸리던 절차를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 안에 끝낼 수 있도록 바꾼다.


성 장관은 "전문가들은 경제에서 실물과 금융 간의 관계를 인체와 혈관으로 비유한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소위 '돈맥경화'(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선제 예방해 우량한 수출기업이 흑자도산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금융을 발판 삼아 '위기 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향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정부를 믿고 정상적인 수출 활동에 매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전날 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밝힌대로 36조원 이상 무역금융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내놓은 2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까지 포함해 사상 최대인 316조3000억원의 무역금융을 지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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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구개발(R&D)을 하는 8000여개 중소·중견기업에 민간 매칭 자금 부담을 줄여준다. 중소기업의 R&D 총 사업비 중 민간 매칭 자금 부담 비율을 33%에서 20%로 낮추고 민간부담금 중 현금 비중은 40%에서 10%로 줄인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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