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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생활백신④]"확진자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낙인효과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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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 유행할 때마다 확진자에 대한 비판 여론
확진자 낙인찍기가 감염병 차단에는 아무 효과 없어

[감염병 생활백신④]"확진자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낙인효과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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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감염병은 두려움이고, 공포심은 희생양을 요구한다. 책임을 묻고 돌팔매질을 해야 공포가 덜해질 것 같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보통은 방역 책임을 가진 정부를 향한다. 하지만 IT기술 발전은 희생양의 범위를 확대하고 구체화하며 익명성은 폭력성을 배가시킨다. 혼란을 틈타 정적을 제거하려는 유인도 퍼진다. 우리 사회가 혼란을 겪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경험한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인에서 신천지로, 확진자와 그 가족들로 대상만 바꿔가며 혐오를 던지고 낙인을 찍는다.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집에 좀 가만히 있지, 민폐다"

확진자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쉽게 볼 수 있는 누리꾼 댓글들이다. 마치 이들이 일부러 돌아다니고 바이러스를 전파하려고 했다는 듯 몰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확진자 정보 발표 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진자의 인적 사항이 미리 공유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신상털기'다. 이로 인해 확진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 여론이 조성되기도 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사태 당시와 흡사한 모습이다. 당시 확진자가 살았던 아파트에서 확진자 가족을 쫓아내자는 식의 여론이 일어나 확진자가 고통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이른바 신상털기의 시작은 대규모 집단감염을 불러온 '신천지예수교(신천지)'에서 촉발됐다. 31번 환자를 시작으로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온 신천지의 경우 구체적인 감염 경로나 신도 명단을 명쾌하게 밝히지 않아 비난 여론이 인 바 있다. 이후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기고 이탈한 이들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이들이 속속 정부 단속에 적발되면서 이런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문제는 이 같은 여론의 상당 부분에 확진자에 대한 허위사실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초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확진자 유출'이라는 제목의 서류 사진이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관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보고'라는 제목의 서류에는 확진자 이름 일부와 나이, 주소, 확진자 간 관계, 확진 경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확진자들은 온라인상에 글을 올려 자신들을 향한 무분별한 신상정보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확진자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현재 모든 SNS에서 저를 사냥하고 있고, 전화와 문자도 너무 많이 온다"며 "제발 저의 신상정보를 퍼트리지 말아 달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마녀사냥식 비난은 감염병 예방이나 차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확진자들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슈퍼 전파자'라는 표현도 써서는 안 된다"면서 "이들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나 비난 여론이 이어질 경우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의 마녀사냥이 이어지면 검사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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