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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한국형 양적완화' 첫 날…금융권에 5.25조 공급 (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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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입찰
은행·증권사 5.25조 응찰, 전액낙찰

한은 "RP매입금리, 기준금리보단 못 낮춰…역마진 우려"

韓銀 '한국형 양적완화' 첫 날…금융권에 5.25조 공급 (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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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조강욱 기자] 한국은행이 '무제한 돈 풀기' 행보에 나선 첫 날 금융권에 5조25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게 됐다. 오늘부터 매주 금융권에 무제한 자금을 공급하는 만큼,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은은 2일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입찰을 실시한 결과 5조2500억원이 응찰됐다며 응찰액 전액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RP란 일정 기간 후에 구매자로부터 되사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을 뜻한다. 한은은 시중에 돈을 풀거나 풀린 돈을 거둬들일 때 RP거래를 사용한다. 한은이 금융회사에서 RP를 사들이면 그만큼 현금이 시중에 풀리는 효과가 있다. 대신 금융회사들은 한은이 RP를 사 주는 대신 담보채권을 한은에 맡겨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한은에 채권을 맡기고, 돈을 빌려간 것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이날 한은이 매입한 RP만기는 91일이며 금리는 기준금리(연 0.75%)보다 0.03%포인트 높은 연 0.78%로 결정됐다.

◆예상보다 자금요청 많아…추세는 지켜봐야= 당초 한은은 이날 RP매입에 3조원 가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는 많은 금액을 금융권에 공급하게 됐다. 이날 자금 공급액은 지난달 19일(1조원), 지난달 24일(2조5000억원) RP매입보다도 많은 양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날 정부가 조성한 채권안정펀드에 납입된 캐피탈콜분 3조원이 이날 회사채 매입을 통해 투입되는 만큼 (응찰액이) 3조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채안펀드 투입분 외에도 일부 금융회사들이 내부적인 이유로 자금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앞으로도 매주 RP매입이 실시되는 만큼 계속해서 예상을 뛰어넘는 자금 요청이 생길지는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날 5조2500억원의 자금 공급액 중에는 증권사에 공급되는 금액이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채안펀드 조성 후 전날 납입된 첫 캐피탈콜분 3조원이 이날 회사채 매입을 위해 투입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채안펀드가 1일까지 1차 조성 목표 3조원을 출자기관으로부터 납입받고 2일부터 회사채 매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자금은 주로 유통시장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 나온 채권 매물을 받아줄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채안펀드 자금은 시중 운용사들에게 투입돼 이들이 채권 매물을 매입해주는 식으로 사용된다. 통합펀드 운용은 IBK자산운용이 맡고 하위펀드는 다른 한투ㆍ삼성자산운용 등 8개 민간 운용사들이 담당한다.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의 구체적인 매입 규모와 대상, 방식 등을 정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채안펀드의 첫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으로 롯데푸드를 꼽고 있다. 롯데푸드는 2000억원 규모의 차환 발행을 앞두고 오는 6일 사전청약을 진행 중이다.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을 경우 최대 1000억원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채안펀드가 기업의 일시적 유동성 부족 우려를 낮출 수 있고 유동성 공급 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단기자금 시장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채안펀드가 유동성 공급을 위한 신용경색 해소 이상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선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편입 요건 역시 더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채안펀드 매입 대상이 과거처럼 우량 기업에만 한정되면 유동성이 떨어지는 비우량 기업들의 부도 확대를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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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RP매입금리, 기준금리보단 못 낮춰…역마진 우려"= 한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는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됐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때도 없었던 조치로 앞으로 3개월간 실시된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판 양적완화'가 실시된 주된 이유는 정부가 회사채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한 채안펀드가 순조롭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채안펀드가 시장에 나온 채권 매물을 사들이려면 금융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출 수요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한 금융권이 자금 공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등으로 푼 돈이 실제 고객들에게 흘러가려면 시중은행들의 대출이 필수적인데, 은행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은은 이날 RP매입 조치를 단행하며 금리를 더 낮출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RP매입 모집금리가 높다는 지적이 있는데, RP매입금리(대출금리 성격)를 매각금리(차입금리 성격)보다 낮게 가져갈 경우 한은 입장에선 역마진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7일물 이내 RP매각ㆍ매입은 모두 기준금리를 고정금리로 사용하지만, 기간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91물 RP매입금리가 7일물 RP매각금리(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역마진을 내며 대출하지 않듯이, 중앙은행도 역마진을 내면서 시중은행에 대출을 해 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은 RP매입금리가 RP매각금리보다 낮게 책정되면 응찰규모가 필요 이상 과다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중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는데, 자칫 금융기관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다른 채권을 사들이는 등 금리차액거래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한은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 금융권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또 "기준금리 미만으로 RP매입을 할 경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시에도 모집금리의 최저 하단은 당시 기준금리였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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