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끝나도 끝이 아니다' 국가·기업간 줄소송 예고
법조계 "자문, 의견서 의뢰 폭증…올림픽 연기 관련 소송은 뇌관"
코로나19 발병지 중국은 자국 기업 보호 절차 시작

감염병 싸움 뒤엔 '법정 싸움' 남았다…기업들 법리 검토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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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기민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법무실은 최근 자문을 하는 외부 법무법인 변호사들과 긴급 회의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내외에서의 각종 법적 분쟁 가능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외국 정부 지침에 따라 멀쩡한 공장을 강제로 가동 중단한 탓에 손실이 막대한데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반대로 우리가 납기를 맞추지 못해 상대방과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 귀책 사유가 어디에 있는지" 등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가 향후에는 국가·기업 간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기될 수 있는 각종 분쟁에 대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감염병과의 싸움 그 후에는 각종 법적 분쟁이 예고돼 있다"면서 "현재 사내 법무 인력을 중심으로 국가 간, 기업 간 계약 의무 위반 등 다방면에 대해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의 한국인 입국 금지 및 제한 조치나 현지 공장의 강제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이 사업에 큰 지장을 초래하면서 다수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인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법적 분쟁에 앞서 거래 상대방에게 불가항력에 관한 사전 협의를 요청한 곳도 많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확연히 줄고 기업들의 채권·지급 만기가 돌아오면 관련 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 분쟁 소송·자문을 맡고 있는 김세진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는 "최근 코로나19 자문이나 의견서 의뢰가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채권이나 기한 만기가 돌아오는 가까운 미래에는 폭발적으로 늘 것이며 특히 스폰서가 많이 붙은 도쿄하계올림픽 연기와 관련한 소송은 뇌관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향후 벌어질 분쟁의 대부분은 코로나19가 기업의 영업 활동에 미친 직간접적인 영향의 귀책 사유가 어디에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유관 분쟁의 쟁점은 '불가항력'과 관련한 조항이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전쟁, 재난, 자연재해 또는 이와 준하는 불가항력적 상황임을 인정받으면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다.


다만 불가항력의 인정 범위는 기업 간 계약 내용, 계약 불이행을 야기한 구체적 원인, 계약 관계에 적용될 준거법, 계약 상대방이 속한 국가 환경과 정책 등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해야 할 복잡한 방정식과 같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배성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이번에는 불가항력이냐 아니냐로 상당히 많은 국제적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테면 불가피한 셧다운이냐 예방적인 셧다운이냐를 두고도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최초 발병지로 알려진 중국은 정부 기관 차원에서 발 빠르게 나섰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는 국제 무역 계약 이행이 어려운 중국 기업을 위해 불가항력 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자국 기업의 계약 불이행 등으로 추후 피해를 입은 해외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면책받는 데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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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한국무역협회가 대한상사중재원과 함께 불가항력 원용 대비 무역 분쟁 해결 절차를 안내하는 등 지원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을 맡고 있는 전우정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CCPIT의 불가항력 사실 확인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면책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법원의 판단에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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