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재무장관 "유가하락에도 10년간 재원부족 메꿀 수 있어"
국제유가 하룻새 20% 대폭락
러시아 국부펀드로 오일전쟁 버티기
사우디, 올해 천문학적 세수 결손 불가피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치킨게임'에 러시아가 응전태세를 갖췄다. 감산 합의에 실패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원유 판매 수입에 의존했던 양국이 유가 급락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버텨낼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유가가 배럴당 25~30달러에 머문다면 1500억달러(18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 자금을 활용해 재원에 활용하겠다"면서 "이 정도 자금이면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줄더라도 향후 6~10년간은 재원부족을 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국제유가는 20% 이상 대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이날 오후 2시49분 현재 배럴당 23.83%(10.79달러) 급락한 34.4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대응해 산유국들이 감산을 논의했지만 합의 실패와 함께 사우디가 오히려 증산 방침을 밝힌 게 직접적 원인이었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경쟁을 벌일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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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아노프 장관의 발언은 러시아가 치킨게임에서 버텨낼 자신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사우디발 치킨 게임 당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적이 있다. 당시 원유 수입 감소 등으로 루블화는 사상 최저치로 가치가 폭락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2014년과 지금은 다르다는 게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부펀드는 유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해도 향후 10년간 매월 17억달러가량을 정부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생산해 팔 기회를 가졌을 뿐 아니라 미국 셰일산업을 타도할 수 있게 됐다"면서 "러시아의 재정은 사우디보다 안정적이고 저유가에 대해서도 대비가 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5700억달러로, 사우디의 5020억달러를 능가한다. 러시아의 재정 부담도 사우디보다는 덜하다. 당초 러시아는 올해 유가를 배럴당 42달러로 예상한 것을 바탕으로 재정을 편성한 반면, 사우디는 이보다 두 배 많은 80달러대로 감안해 예산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타격 역시 사우디가 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그동안 사우디의 근대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는데, 초저유가 상황에서 재원 부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아부다비 상업은행의 모니카 말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지금처럼 하락한 상태에서 사우디가 올해 예산을 계획대로 집행할 경우 재정적자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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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우디의 원유생산량이 세계 1위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버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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