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시작인데 금요일 오후에 시간연장·점심제공 결정
현장소통 무시한 정책에 교사·돌봄전담사 모두 불만
"코로나19 비상 상황은 이해하지만" … 학부모도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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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저희도 지금 뉴스 보고 알아서요… 정부에서 일단 발표는 했지만 정식 공문으로 내려오기까지 시차가 있다보니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요. 다시 안내해 드릴게요."


6일 낮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 A씨는 학부모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학연기로 당장 9일부터 시작되는 추가 긴급돌봄을 안내하느라 학부모에게 e알리미(가정통신문)를 보낸지 한시간도 되지 않아 교육부가 돌연 긴급돌봄 운영시간을 오후 7시까지로 늘리고 중식도 제공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방금 전 학부모들에겐 점심과 간식을 개별적으로 준비해오라고 공지한 터였다.

A교감은 "코로나19 사태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는 건 이해하지만 (교육부가) 학교 현장과 최소한의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내니 우리도 번번히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교육지원청 장학사에게 확인했더니 내용을 몰라 당황하긴 마찬가지더라"고 귀띔했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 역시 배달급식 업체를 수소문하느라 담당교사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긴급돌봄 신청을 계속 받고 있어 급식인원도, 단가도 확실하지 않다보니 2주짜리 급식을 맡겠다는 곳을 좀처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무부장은 "코로나19 이후 급식업체들도 식재료 준비부터 조리, 배송까지 직원관리, 위생관리로 비상이 걸린 모양"이라며 "그렇다고 외부에서 도시락을 사오거나 자장면을 배달시킬 수도 없지 않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학교는 오후 늦게 교직원 퇴근시간이 지나고서야 겨우 업체 한 곳과 구두 계약을 하고 아이들 점심 문제를 해결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연기 기간 동안 돌봄공백을 최소화하겠다며 대책을 내놓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주먹구구식 행정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교사들과의 협의는 커녕 사전 지침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부터 발표한 뒤 곧바로 시행하라 하니 돌봄을 제대로 준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초등교사는 "학교에 비축했던 마스크를 정부가 회수할 때도, 2차 개학연기가 결정됐을 때도 모두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학부모들은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즉각적인 대응도, 그렇다고 자체적으로 어떤 확답을 드리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개학연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학생들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는 돌봄전담사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과 감염 위험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돌봄전담사는 "사흘 전만 해도 긴급돌봄은 오후 5시까지 제공하도록 돼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저녁 7시까지 운영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면서 "학교에선 따로 대체인력을 구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러다 주말에 카카오톡 메시지로 연장근무하라고 연락오면 비상대기조마냥 투입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돌봄전담사는 "교실마다 열 명 넘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머물다 돌아가면 책걸상에 에탄올소독제 뿌려 걸레질하는 것까지 모두 돌봄전담사 몫"이라며 "아무리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띄엄띄엄 앉혀 놔도 뒤돌아서면 서로 엉켜 장난치고 노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학부모들도 이런 긴급돌봄 대책이 달갑지 않긴 마찬가지다.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맞벌이 가정에서 원하는 건 자녀가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을 보호받는 것인데 막상 학교엔 보건교사도 나오지 않고, 돌봄교사가 부족하다 보니 늦게 하교하는 아이들은 교실을 옮겨가며 합반을 하고 있더라"며 "지금 도시락 싸는 게 불만이 아니었는데 정책이 엉뚱한 데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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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또 다른 초등 학부모는 "긴급돌봄을 신청하고도 막상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건 전염병 걱정에 가능한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며 "가족돌봄휴가를 의무화하는 등 긴급돌봄 수요 자체를 최소화해야지 돌봄을 확대하는 건 지금 코로나19 대책으론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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