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운동이요? 택배 기사는 어떡하죠" 택배 노동자들 깊어지는 한숨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제안…타인과 접촉 피해 코로나 감염 최소화
택배 업계, 코로나19 사태로 주문 폭증
쌀, 생수, 라면, 즉석밥 등 생필품 거래 급증
업무 특성 고려한 정부 대응 대책 촉구
4일 오전 6시께 대구시 북구 산격동 대구우편집중국에 소포·택배 등 우편물이 쌓여 있다. 우편집중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최근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물량이 명절 수준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잠시 멈춤' 운동을 제안한 가운데 택배 기사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피해도 양극화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정치권·학계 등에서는 타인과의 접촉을 잠시 멈추는 '사회적 거리두기' 제안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통통제와 외출 자제 등을 실천하자는 '2주간의 잠시 멈춤' 캠페인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의 잠복기가 2주인 것을 감안할 때 이론적으로는 개개인이 완벽한 자가격리를 하면 감염은 완벽히 차단 가능하다. 그러나 강력한 통제방식은 민주사회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될 것"이라며 자발적 캠페인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외출 자제 △지인들과 전화·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만 소통 △마스크 착용·손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 준수 등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행동요령의 시민 동참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노하우 공유를 위해 공모를 통한 캠페인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말(침방울)등으로 인해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을 최소화하여, 코로나19 사태를 완전히 종식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잠시 멈춤'을 할 수 없는 집배원, 배달 노동자, 택배 기사들은 사실상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은 감염 위험과 함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1일 온라인쇼핑몰 업계에 따르면 위생용품 수요가 급증과 함께 생필품 주문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G마켓은 최근 한달(1월26일~2월25일)간 건강·의료용품이 864%나 폭증했다. 식품이 36%, 생필품이 49% 늘어났다. 옥션도 같은 기간 486%로 폭증했다. 생활·미용가전 136%, 식품 22%, 생필품 39%가 증가했다.
11번가도 비슷한 기간 손소독제가 9771%로 폭증했다. 쌀(355%), 즉석밥(242%), 생수(185%) 등 생필품 주문이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온라인 주문량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배 노동자들의 고충도 크게 늘고 있다.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을 고려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느라 평소에도 12시간 배송을 하는데 지금은 1~2시간 이상 추가로 배송을 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코로나19보다 과로로 쓰러지겠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같은 달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배달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유튜브 생중계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데도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예방책이 없다"면서 "방역을 위한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고 사비로 사려고 해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업무 특성상 택배·배달 노동자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리거나,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는 상황에 시민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코로나 문제로 마트 방문 등 외출을 자제하고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주문하고 있는데, 정작 택배 기사들은 하루 종일 밖에 있으니, 감염 위험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택배 주문을 하지 않을수도 없고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는 "택배 주문시 감염 우려로 문 앞에 물건을 두고 가라고 한다"면서 "정작 택배 기사들의 안전 문제는 어떻게 보장해야 되는지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피해도 사실상 양극화 아닌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택배 기사들은 배달 노동 등 업무 특성을 고려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헌 기획팀장은 기자회견에서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다보니 법적 권리도 없고 정부의 산업안전보건 대책에서도 사실상 빠진 상태"라면서 "정부와 배달 중계 플랫폼이 더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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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집배원의 경우 일반 우편과 택배는 비대면으로 배송할 수 있더라도 법원에서 오는 특별송달이나 내용증명 등은 직접 대면해서 배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공서와 국가기관도 나서서 비대면 배송을 확대할 수 있도록 조치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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