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관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아시아초대석]'암중모색' 글로벌 경제 '포스트 코로나'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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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올 상반기까지는 경기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 이후엔 반드시 기회가 다시 올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지금은 낙담보다는 '암중모색(暗中摸索)'을 해야 할 때입니다. 과도한 두려움으로 움츠려있기 보다는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잠정적으로 1단계 무역합의를 이끌어내며 글로벌 경기가 반짝 회복의 기미를 보이기 무섭게 전세계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나라와 나라를 이어주던 하늘길이 막히고 민간인 입국까지 제한하며 문을 꽁꽁 걸어 잠갔다. 전세계 6대주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 특히 한국에서만 4212명(2일 오전 기준)의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에 대한 국민 불안감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국제무역 전문가인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통상지원센터장)은 과도한 불안감에 움츠러들기보다는 이후를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을 겪은 경험에 비춰볼 때 올 6월까지는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상반기는 생산, 소비, 수출 모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말 꺼내긴 좀 이르지만 이럴 때 일 수록 기업 경영자와 전략수립가들은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힘든 시기가 지났을 때 밀렸던 것이 한꺼번에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며 "지금 계획을 세우고 잘 준비한 기업이 다시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에 미치는 피해가 커서 걱정이다.


▲ 그렇다. 2월 들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국 현지공장 휴무기간 연장, 물류차질 등으로 대중 수출이 부진하면서 수출 회복세는 하락세로 반전됐다.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신규계약이 이루어지는 3월부터는 중국의 수요 감소로 수출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교역 대상국의 검역 강화로 중국 및 세계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 달러를 돌파했고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3%로 2003년 사스 당시보다 4배로 커졌기 이대로 확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세계경제에 큰 충격이 우려된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높아진 위상, 20%가 넘는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감안할 때 사스때보다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스의 경우 바이러스 확산 이후 1분기 정도 제한적 영향이 있었다.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보호무역주의로 한국은 항시 긴장상태로 지내오다가 코로나19 사태까지 맞이했다.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2017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미·중 무역분쟁, 반덤핑ㆍ상계관세ㆍ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하면서 2019년부터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일방주의적 보호무역정책을 시행하며 직간접적으로 전 세계 대미 수출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수입규제조치는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가 있으며, 특히 인도ㆍ대만ㆍ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상계관세제도 활용과 개도국들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증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가 앞으로도 지속ㆍ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발생하는 통상이슈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통상 리스크를 사전에 철저히 관리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수입규제, 통상이슈를 수시로 모니터링해 위험에 대비하고 수출입, 투자, 신규시장 진출 시 통상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비해 미국,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생산 및 구매네트워크, 시장 진출전략을 재점검하고 수출시장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업에서는 전사적으로 통상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여 체계적으로 통상 리스크를 관리하고 통상 전담대응 조직 또는 담당인력을 확보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해외투자시 생산비용 절감이나 시장 확보의 측면뿐만 아니라 전염병, 수출규제, 보호무역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 전략도 펼쳐야 한다.

이와함께 부품ㆍ소재 및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혁신 수준이 높은 산업의 국내 생산기반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지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미국, 독일, 일본은 첨단산업(high-tech)을 중심으로 본국 회귀가 진행 중이다. 국내생산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턴기업이 더 많아져야 하나 지원대상 선정요건이 까다롭고 현실성이 떨어져 우리 기업의 국내 유턴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따라서 규제개선, 법인세 인하, 세제혜택, 연구개발(R&D) 지원 등 인센티브 확대 및 기업환경 개선을 통해 유턴기업의 체감 성과를 더 높여줘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수출산업 경기 전망도 수정돼야 할 것 같다.


▲당초 세계경제는 올해 중 저점을 통과하고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 확대되고 있다. 연초 제조업 경기반등 신호, 완화적 통화정책 확산, 미ㆍ중 무역협상 진전 등이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줬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회복세를 보이던 중국경기는 급격한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중 간 1차 합의로 중국 제조업 경기의 회복이 기대됐으나, 이번 사태 여파로 1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이 3~4%대, 연간으로는 5% 초반대까지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반도체 가격 하락과 스마트폰ㆍ자동차 등의 공급망 교란, 석유관련 제품 단가 하락이 예상되므로 당초 수출 전망치 달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 반도체 가격은 올 2분기 중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중국 IT 수요 둔화로 회복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마트폰은 애플 매장 폐쇄, 폭스콘 공장가동 연기 등 스마트폰 공급망 교란으로 향후 스마트폰 판매량 및 생산량 급감이 우려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부품의 15% 가량을 중국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어 자동차 공급망에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세계 무역 패러다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한국은 주요국 대비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세계 상품무역 성장세 정체, 제조ㆍ서비스 융합 신비즈니스 모델 출현, 보호무역기조 강화 등 세계 무역환경의 급변을 인지하고 이에 대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보건ㆍ관광ㆍ콘텐츠ㆍ물류 등 주요 유망서비스업을 육성하고 서비스업 혁신을 통해 신성장동력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 일자리 창출효과는 제조ㆍ건설 등 여타 산업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최근 상품수출 부진, 성장률 둔화 등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서비스 수출 확대, 내수 확충,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이 시급하다. 재정ㆍ세제ㆍ금융 등에서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서비스와 제조업 차별을 해소하고 서비스 연구개발(R&D) 활성화, 전문인력 양성, 규제 혁신 등 서비스산업의 질적 제고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국, 미국, 일본 등 우리 주요 무역대상국과 전략적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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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88 한국무역협회 입사 ▶2002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실 연구위원 ▶2007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지역연구팀장 ▶2009 한구무역협회 브뤼셀지부 지부장 ▶2012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 ▶2015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2016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 ▶2017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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