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험사 주장 부당"

불황 속 실적부진 악화 '산 넘어 산'

법원만 가면 힘 못쓰는 보험사들…맘모톰 소송 잇딴 패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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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김숙자(48·가명)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유방암으로 의심된다는 작은 종양을 발견했다. 곧바로 A병원을 방문해서 의료기기인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종양절제술을 받았다. 맘모톰 시술은 비급여로 진료비를 실손보험에 청구하면 된다는 설명을 듣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서 지급받았다. 이에 보험사는 보험계약의 약관에 의해 맘모톰 시술이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며 A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험사의 주장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보험사들이 최근 맘모톰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 또 소비자의 고지의무 보다 보험사의 설명 의무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나왔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15민사부(재판장 유석동)는 지난 9일 보험사가 한 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3억978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보험사 측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의해 새로운 의료기술인 맘모톰은 임의 비급여임으로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며, B병원이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지급받은 것이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로 무효라고 밝혔다.

또 환자들에게 부당이득으로 취한 진료비를 반환해야 하며, 환자들을 대신해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종양절제술을 시행한 후 그에 대한 진료비를 지급받는 불법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혔다며 배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보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환자들의 권리를 대위해 행사하는 것이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보험사가 환자에게 맘모톰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병원이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받은 잘못과 A보험사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법에 따르지 않고 비급여 진료비를 청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건보법 관련 법령에서 요양급여기관이 환자 또는 그 보호자에게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원고와 같은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환자들을 대신해 채권을 행사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을뿐더러 실손보험사들의 대위청구가 환자들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현재 100여건에 달하는 맘모톰 관련 보험업계와 의료계 간 소송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지난해에도 맘모톰과 관련해 삼성화재가 목포기독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목포기독병원에서 맘모톰 시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한 환자 96명과 페인스크램블러 시술을 받은 환자 53명 등 총 1억4000만원에 대해 반환 청구를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삼성화재가 환자를 대신해 소송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진료를 받은 환자에 동의나 위임장도 없이 청구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봤다.


한편 지난 9일 대법원은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A씨의 아버지 B씨가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2015년 아들을 피보험자로 메리츠화재가 판매하는 질병보험 등 2개 상품에 가입했다. A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오토바이를 이용해 치킨 배달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B씨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아들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않는다고 보험사측에 사실과 다른 고지를 했다.


이후 2016년 3월 A씨가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B씨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메리츠화재는 계약 당시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B씨는 "보험설계사가 오토바이를 주기적으로 운전하다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별약관에 가입해야 하는 사실과 계약체결 전 이를 반드시 알리지 않을 경우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 해지 등으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며 5억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원고가 망인의 주기적인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관하여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보험설계사가 '오토바이 운전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 명시·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상 피고로서는 원고가 고지의무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대법원 판례를 위반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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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보험계약의 내용 및 효력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보험계약에 대한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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