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고용연장 검토" 발언에 화들짝 놀란 기업들
노인 일자리 강조하며 언급
사실상 정년연장으로 해석
기업들 "시기 상조" 우려도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이동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부처 업무 보고에서 '고용 연장 검토'를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용 연장은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정년 연장'의 개념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임금 체계 개편과 고용 유연화가 이뤄지지 않은 현시점에 정년 연장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이들 과제부터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2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업무 보고를 통해 노인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면서 "고용 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저출산ㆍ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령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 마련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계속고용제도'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임기 말인 2022년쯤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계속고용제도는 정년을 넘긴 근로자에 대해 재고용 등을 통해 계속 고용이 이어지도록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로, 노동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정년 연장'과 비슷한 의미다.
이를 두고 재계는 임금 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늘릴 경우 우리 기업의 실적 악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양극화만 더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 노동 인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검토해야 할 과제이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상당수 기업이 근무연한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연공서열식(호봉제) 임금 체계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정년이 연장된다면 기업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도 "2017년 60세 정년 연장을 시행한 이후 조기퇴직자가 급증하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화하는 부작용이 생겼다"며 "이와 같은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우선 해소하고 65세 정년 연장을 시행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임금 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급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능력별ㆍ직무별로 임금을 차등 적용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나가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년 연장으로 인한 취업시장의 양극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호봉제 시스템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정년이 연장된다면 기업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신규 취업자 수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고용의 유연화와 생산성에 따른 보수 체계 개편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은 버틸 수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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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B사 관계자는 "정부가 정년 연장을 방침으로 정하면 기업은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각 기업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이 생길 여지가 크기 때문에 더 구체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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