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 따뜻한 위로가 확진자들의 언 마음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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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 거주하던 성인 남성 A씨는 한국 입국 후 오한과 근육통을 느꼈다. 단순한 감기라 생각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중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1339에 전화했다. 검사를 위해 병원에 내원했고 검체 채취 후 곧바로 격리됐다. 결과가 음성이 나오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고 들었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병원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나니 A씨는 어느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환자가 됐고 번호도 매겨졌다. 음압병실에서의 격리 치료가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증상만 놓고 보면 중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중국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혹시 나도 갑자기 호흡부전이 오는 게 아닐지 괜스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중국의 사망자 은폐설, 정치적 음모설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혼잡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모두 나를 비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 때문에 보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을 볼 때면 안쓰럽고 미안해진다. 정당하게 보건소에 신고하고 진단받았지만 세간의 관심이 크다 보니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이런저런 생각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로는 우울감도 느껴진다. 왜 하필 내가…뉴스를 보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자꾸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희망을 품어본다. 한국에서 진단된 신종 코로나 환자들은 대부분 증상도 경미하고 이미 완치돼 퇴원한 사례도 있다. 답답한 격리 병실에서 하루빨리 퇴원해 가족에게 돌아가는 그 날을 꿈꾸어본다.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지, 주변에서 걱정하는 지인들에게도 혹시나 바이러스를 옮겼을까 미안하기만 하다.


A씨의 이야기는 신종 코로나 환자의 입장에서 지금의 사태를 바라본 가상의 스토리이다. 혹시나 조기에 종료가 될까 기대감을 가졌던 신종 코로나의 국내 확산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되돌아보면 '진작에 중국 후베이성 사람들의 입국을 제한했더라면' '좀 더 철저하게 의심환자 대상을 확대해 14일간 격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응은 '선방'한 것으로 보이고, 지역사회 전파의 우려가 있는 현시점에서 이제 본격적인 대응의 시작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신종 코로나의 특징은 대부분 경미한 증상으로 시작되기에 증상 유발 시점을 특정짓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전파력이 강해 예상치 못하게 국내 환자 한 명이 2차, 3차 감염을 통해 총 5명이 진단되기도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과 비교하면 의료기관 내 감염보다는 지역사회 감염의 우려가 커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더 크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은 금물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학습 효과가 생겼다. 새로운 질병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은 있지만 적당한 불안은 신종 감염병 대응체계를 공고히 하는 데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불안은 불필요한 의료 자원과 행정력을 낭비할 수도 있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질병 전파에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침과 매뉴얼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A씨는 치료 과정에서 우울감, 불안감, 불면증으로 감염병 치료와 동시에 정신과적 상담과 약물치료도 같이 받았다. 사태가 진행될수록 환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도 깊어만 간다. 회복을 기원하는 국민의 응원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신종 감염병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갈수록 질병과 사투하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위로도 절실하다. 다음번 확진 환자는 나와 내 이웃이 될 수도 있고 그들의 경험이 의학을 발전시키는 데 소중한 단서로 제공될 수도 있다. 진화하는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그들의 희생으로 얻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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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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